김나현 기자의 훔치고 싶은 미장센
'밝은 미래'(2003,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매거진M] 공포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작품엔 신기한 순간이 있다. 인물이 무언가를 만지는 순간이다. 그의 영화에서 육체적으로 접촉한다는 건 안전함을 깨뜨리는 행위다. 근작 ‘크리피: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2016)의 께름칙한 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아내. 공교롭게도 이웃인 그녀에게 살인범은 악수를 청하며 손을 꽉 움켜쥔다. 소름끼치는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를 두고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접촉의 금지. 떨어져 있을 것에 대한 요청. 이는 구로사와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능동적인 기호”라고 언급했다.
시게히코의 말처럼, 이 영화에서 서사의 기폭제가 되는 건 해파리와의 접촉이다. 마모루는 해파리를 만지려는 유지에게 “만지지 마”라며 애정을 담아 경고하지만, 공장 주인이 그럴 땐 내버려 둔다. 결국 유지가 키우던 해파리는 마모루가 소원한 대로 담수에서 번식해 도쿄 개천을 수놓는다. 이를 보고 신이 난 아리타는 기어코 물에 들어가 해파리에 쏘이고, 유지는 그를 안고 물 밖으로 나온다. 눈을 감은 후지 타츠야를 안고 허공을 바라보는 오다기리 죠의 얼굴. 그 속엔 처연함, 공허함과 충만함이 묘하게 섞여 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