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작금의 한국 정치 상황이 그런 경우다. 청와대와 행정부가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 탈(脫)원전 정책, 최저임금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는데, 이를 꼼꼼히 따져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점을 제시해야 할 야당들의 목소리가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고 있기는 하나 워낙 존재감이 미미한 탓에 여론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이를 비웃듯 정부·여당의 과속질주는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깎아먹는 야당 존재감이
정부·여당의 과속 질주를 초래
야당이 살아야 민주정치도 산다
제2 야당인 국민의당 역시 당대표 자리를 놓고 내홍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어제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증언 조작 사건의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안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선다고 당이 쉽게 정상궤도로 올라설지는 의문이다. 벌써 의원 12명이 반대성명을 내는 등 내분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당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이들 두 당은 대선 후 당대표를 바꾸고 분위기를 일신한 바른정당과 정의당과 달리 대선후보가 대표가 됐거나 대표선거에 출마한 경우다. 그들이 대선 때 국민 선택을 받지 못한 공약을 고집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들이 가져야 할 건 대선 때의 치열함뿐이며 자기반성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노선으로 야당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의 허실을 따지고 새로운 대안을 치밀하게 고민해야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 그래야만 정부·여당의 일방적 독주 없는 건강한 민주정치가 가능하게 된다. 야당이어서 할 일이 더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