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9초대가 저기 … 김국영, 신발끈 죄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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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목표인 남자 100m 준결승 진출을 향해 출발선에 선다. 100m 한국기록을 거듭 단축하고 있는 그는 9초대 진입도 함께 노린다. [사진 나이키]

‘인간 탄환’의 경연, 남자 100m는 ‘육상의 꽃’이다. 4일 영국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남자 100m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종목 세계 기록(9초58)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현역 마지막 레이스에 나선다.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 등장 여부도 주목거리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도 이번 세계선수권 무대에 선다.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07) 보유자인 그는 5일 오전 4시 20분(한국시각) 예선경기에 출전한다. 과연 세계선수권 100m에서 한국 트랙 종목 사상 준결승에 오르는 첫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10초07 기록 보유 ‘한국의 볼트’
보폭 넓히고 팔 동작 등 주법 변경
시행착오 겪으며 조금씩 기록 단축
내일 예선, 준결승 첫 주인공 꿈

김국영, 육상 100m 한국신기록 달성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김국영이 27일 강원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17.6.27 byh@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국영은 지난 6월 27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10초07의 한국기록으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냈다. 2015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자력 출전이다. 최근 2주간 런던 현지의 경기 예정 시간(오후 7~9시)에 맞춰 훈련했다. 지난달 29일 결전지로 떠난 그는 “경험만 쌓고 오지는 않겠다. 목표는 준결승 진출과 9초대 진입”이라고 힘줘 말했다.
 
남자 100m는 북중미 스프린터의 잔치다. 31차례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중 북중미 출신이 아닌 건 6번뿐이다. 세계선수권에서도 1993년 린포드 크리스티(영국)를 빼면 모두 북중미 출신이 우승했다. 한·중·일 동아시아 스프린터에겐 메달은커녕, 결승전 진출 자체가 꿈이다.
 
세계 정상권과 아직 격차는 있지만, 최근 동아시아 스프린터들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5년 5월 동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9초대(9초99)에 진입한 쑤빙톈(중국). 그는 같은 해 8월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선 최하위였지만 대륙은 흥분했다. 일본에서도 10초 초반대(10초00~10초10) 선수가 올해만 6명 나왔다. 9초대 진입이 멀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 선수로는 김국영이 동아시아 스프린터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서 육상 종목을 맡고 있는 성봉주 박사는 “동아시아 스프린터들은 훈련·지도자·영양 등 선수 육성의 환경적 한계로 인해 그간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 훈련을 통해 근육과 힘을 키운 북미선수들과 달리, 뛰는 데만 매달린 탓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육상 단거리 유망주들을 키우면서 세계와 격차를 줄였다. 성 박사는 “1~2년 안에 더 많은 동아시아권 스프린터들이 9초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국영. [사진 나이키]

한국에선 김국영이 홀로 외롭게 ‘스프린트 강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도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가는 힘을 키웠고, 보폭을 넓히고 팔을 더 간결하게 흔드는 등 주법의 변화도 시도했다. 심재용 광주광역시청 육상 감독은 “국내 100m 선수들은 훈련 때 100m 이상 뛰지 않는데, 그러면 실전에서 중반 이후 처지게 된다. (김국영은) 스피드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400m 인터벌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이 훈련으로 피니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국영은 “선수 개개인에겐 최적화 된 주법이 있는데, 지금은 그걸 찾아가는 단계다. 내년 8월 아시안 게임에선 9초대 최고기록으로 한국의 남자 100m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49보인 걸음 수를 48보로 줄이는 것, 팔을 치는 속도와 넓어진 보폭을 더욱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다. 일반적인 9초대 선수들의 걸음수는 45~47보다.
 
김국영은 앞선 두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실격(2011년), 예선 탈락(2015년)의 쓴맛을 봤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목표인 준결승에 진출하려면 한국 기록 수립 때 만큼 뛰어야 한다. 2015년 세계선수권의 준결승 커트라인이 10초12였다. 김국영은 “인터벌 훈련량을 늘렸다. 최근 컨디션이 좋다”며 “한 수 배우는 도전자가 아니라 똑같은 경쟁자라는 마음으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