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도 이번 세계선수권 무대에 선다.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07) 보유자인 그는 5일 오전 4시 20분(한국시각) 예선경기에 출전한다. 과연 세계선수권 100m에서 한국 트랙 종목 사상 준결승에 오르는 첫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10초07 기록 보유 ‘한국의 볼트’
보폭 넓히고 팔 동작 등 주법 변경
시행착오 겪으며 조금씩 기록 단축
내일 예선, 준결승 첫 주인공 꿈
남자 100m는 북중미 스프린터의 잔치다. 31차례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중 북중미 출신이 아닌 건 6번뿐이다. 세계선수권에서도 1993년 린포드 크리스티(영국)를 빼면 모두 북중미 출신이 우승했다. 한·중·일 동아시아 스프린터에겐 메달은커녕, 결승전 진출 자체가 꿈이다.
세계 정상권과 아직 격차는 있지만, 최근 동아시아 스프린터들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5년 5월 동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9초대(9초99)에 진입한 쑤빙톈(중국). 그는 같은 해 8월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선 최하위였지만 대륙은 흥분했다. 일본에서도 10초 초반대(10초00~10초10) 선수가 올해만 6명 나왔다. 9초대 진입이 멀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 선수로는 김국영이 동아시아 스프린터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서 육상 종목을 맡고 있는 성봉주 박사는 “동아시아 스프린터들은 훈련·지도자·영양 등 선수 육성의 환경적 한계로 인해 그간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 훈련을 통해 근육과 힘을 키운 북미선수들과 달리, 뛰는 데만 매달린 탓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육상 단거리 유망주들을 키우면서 세계와 격차를 줄였다. 성 박사는 “1~2년 안에 더 많은 동아시아권 스프린터들이 9초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국영은 “선수 개개인에겐 최적화 된 주법이 있는데, 지금은 그걸 찾아가는 단계다. 내년 8월 아시안 게임에선 9초대 최고기록으로 한국의 남자 100m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49보인 걸음 수를 48보로 줄이는 것, 팔을 치는 속도와 넓어진 보폭을 더욱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다. 일반적인 9초대 선수들의 걸음수는 45~47보다.
김국영은 앞선 두 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실격(2011년), 예선 탈락(2015년)의 쓴맛을 봤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목표인 준결승에 진출하려면 한국 기록 수립 때 만큼 뛰어야 한다. 2015년 세계선수권의 준결승 커트라인이 10초12였다. 김국영은 “인터벌 훈련량을 늘렸다. 최근 컨디션이 좋다”며 “한 수 배우는 도전자가 아니라 똑같은 경쟁자라는 마음으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