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의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3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연루돼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씨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 원을 받으면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에 5%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나머지 5%는 해당 사건의 진범을 잡는 데 도움을 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최씨, 2000년 8월 약촌오거리 사건 범인 몰려 10년간 복역
'억울한 복역대가' 형사보상금 8억4000만 원 중 기부키로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와 진범 잡은 전 형사반장에 5%씩
최씨 "저 처럼 억울한 피해자들 위해 써달라" 기부 결정
당시 검찰은 인근 다방의 커피 배달원이었던 최씨(당시 16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최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유씨가 욕설을 한데 격분해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최씨는 2001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0년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도 ‘진범이 따로 있다’는 등의 새로운 제보가 이어지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빚었다. 경찰은 2003년 재수사를 벌여 진범으로 추정되는 김모(36)씨를 붙잡았지만 진술 번복과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16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최씨 사건은 배우 강하늘과 정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다. 최씨는 "저 처럼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기부키로 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17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삼례 나라수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의 당사자들이 형사보상금을 기부한 바 있다. 임명선(38)·최대열(37)·강인구(37)씨 등 3명은 보상금 11억여 원 중 10%를 피해자들의 가족과 다른 사건의 재심에 쓰일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기부를 통해 최씨처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