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전 지역과 과천시·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강남 4구를 포함한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이는 3일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되고 재건축 주택 공급 수가 제한된다. 민간택지에선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다. 게다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추가 유예 없이 내년 1월 부활된다.
투기 수요 빈틈없이 차단하면서
수요자 원하는 공급은 풀어놓아야
시장원리 살리는 게 근본 대책
하지만 이번 조치도 주택시장을 온탕에서 다시 냉탕으로 밀어 넣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수요 억제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수요 대책이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안정시키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연상시킨다.
김 장관이 말한 대로 국민은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거주공간’으로 보고 있지만, 오래돼 낡고 불편하거나 교통·주거 인프라가 열악한 주택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속성 때문에 끊임없이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아파트 주거 문화가 40년 이상 됐으니 국민은 삶의 질 차원에서 계속 재건축을 원하게 돼 있다. 정부는 추가로 9월 중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지만 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출 모양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질 좋은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가 투기 수요만 차단하면 된다는 근시안적 발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세금 몽둥이만 휘두를 게 아니다. 초저금리 시대에 흘러 넘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니라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줘야 하고 재건축 규제도 과감히 완화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를 통해 그 누구도 시장을 못 이긴다는 교훈을 뼈아프게 체험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