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황순원문학상 본심 후보 확정
심사결과 최고의 시 한 편을 뽑는 미당문학상 후보 시인으로 1980년생 김현부터 62년생 박상순까지 10명이, 최고의 단편소설 한 편을 뽑는 황순원문학상 후보 작가로는 85년생 최은영부터 65년생 권여선까지 10명이 각각 선정됐다. 미당문학상은 새로운 얼굴들이 수혈돼 리스트가 다채로워진 반면 황순원문학상은 권여선·김경욱·김숨·김애란·이기호·편혜영 등 어떤 자리에서도 무게가 기울지 않는 관록의 작가들이 대거 포함돼 쉽지 않은 본심을 예고했다.
미당문학상
새 얼굴 수혈, 리스트 다채로워져
사회적 이슈 녹여낸 작품 많아져
황순원문학상
김숨·이기호 등 관록의 작가 포진
문단 내 성폭력 문제의식 반영돼
인간 정신의 영롱한 산물인 시와 소설은 시대와 세태를 반영하기 마련. 미당문학상 예심위원들은 올해 후보작들에서도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송종원 평론가는 “여성으로서 때로는 시민으로서 불의와 불평등에 예민하게 시적으로 맞선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고 평했다. 지난 한 해 문단을 뒤흔들었던 성폭력 파문, 한국사회 전체를 뒤덮었던 촛불 정국 등의 여파가 시의 행간을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평론가 조연정씨도 “전사회적으로 젠더 논의가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던 여성 시인들의 시가 각별하게 읽혔다”고 했다.
물론 배치되는 의견도 있었다. 김행숙 시인은 “최근 1년 한국시의 기상도를 압축해 설명할 만한 뚜렷한 시적 경향성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시적인)각개전투가 치열했는데 심각하고 근사했다”고 덧붙였다. 평론가 김수이씨 역시 “특징이 없다는 게 올해 특징인 것 같다”고 평했다. 요즘 한국시는 지난해 급격한 정치적 변동 등을 거치며 새로운 미학적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놓고 사회적 발언을 하지도 못하다 보니 여러가지 경향이 혼종된 상태로 보인다는 얘기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시적인 자기 반성을 시도하는 가운데 사회적인 것을 껴안으려한 김안·김현·이민하의 작품을 높게 평가했다.
이수형 평론가는 “문학은 언제나 괴로움을 당하거나 핍박받는 사람들을 그려왔지만 그것이 하나의 가시적인 차원으로 부각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운동처럼 보일 정도로 성소수자나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본심 진출작 중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 최은영의 ‘601, 602’, 김숨의 ‘이혼’ 등을 그런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지난해 문단 내 성폭력 파문의 여파다.
평론가 노태훈씨 역시 “페미니즘 작품 생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남성 작가들이 좀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여성평론가 양윤의·신샛별씨는 “여성 문제에 대한 여성작가들의 접근법이 한층 구체적인 모습이었다”고 평했고, 평론가 박인성씨는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가독성 있게 잘 읽히는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한국어의 운용에 관한 한 최고 경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 미당 서정주 시인(1915~2000)과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본지가 2001년부터 운영해왔다. 해마다 LG에서 후원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