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택트 잘 못하는 나…혹시 사회불안장애?

중앙일보

입력 2017.08.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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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말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한 실험에서 드러났다. [사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

불안장애의 한 유형인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환자들이 말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쳐다보는 행위(아이콘택트)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79명의 사회불안장애 환자와 건강한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실제처럼 꾸며진 여러 유형의 ‘아바타’ 청중 앞에서 미리 주어진 내용을 발표하는 가상현실 시험을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환자ㆍ건강인 대상 가상현실 시험 결과

불안장애환자 특징…
대화 중 상대방과 눈을 잘 못 마주치고,
발표하는 동안
청중 없는 곳 더 많이 쳐다봐

연구팀은 총 130명의 모든 참여자에게 두 가지 발표 조건을 줬다. 한 가지는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즉석에서 발표하는 것과 또다른 한 가지는 미리 숙지한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각 발표자가 머리에 쓴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의 ‘아이 트랙커’(eye tracker)를 통해 발표 때 시선의 움직임을 비교 관찰했다.


발표자는 가상현실 속 아바타 청중들을 바라보지만, 이 아이 트랙커는 발표자의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는 거다.  
 
아바타 청중은 실제 청중처럼 얘기에 집중하는 사람, 딴청 피우는 사람, 하품하며 관심없는 사람 등의 특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사회불안장애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보다 발표 중 아바타 청중을 덜 쳐다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정상 대조군의 경우 자신과 관련된 발표 시 사회적 이슈 관련 내용보다 아바타 청중을 더 많이 보는 차이가 있었지만, 사회불안장애 환자군은 두 주제 모두 청중을 보는 시선에 양적인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가상현실 시험이 대화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과 눈을 잘 마주치려 하지 않고, 발표하는 동안에도 청중이 없는 곳을 더 많이 쳐다보는 불안장애환자들의 특징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안장애’는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정신질환을 통칭한다.  
 
최수희 교수는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얼굴이 붉어지거나, 떨거나, 땀을 흘리거나, 말을 더듬거리거나, 모욕당하거나,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이게 결국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당장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실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고, 걱정과 달리 내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기회를 스스로 박탈함으로써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며 “사회불안장애 질환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