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동서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차들이 30㎞ 내외의 속도로 거북이 운행을 했다. 특히 홍천 내촌면 인근에선 차량이 한동안 멈춰 서는 등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휴게소는 주차공간이 없어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어렵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
개통 이후 한 달, 지역 간 희비
속초·양양 지역 해변 찾은 관광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만 증가
홍천·인제 주민은 장사 안돼 울상
동서고속도로를 통해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속초 지역 해변을 찾은 피서객은 103만489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8675명과 비교할 때 29.6%(23만명) 늘었다. 양양지역 해변 역시 70만7822명으로 지난해 45만3110명보다 56.21%(25만 명)나 늘었다.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27일 한 달여간 서울∼양양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342만4779대로 집계됐다.
반면 동서고속도로 개통 전 속초·양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 꼽혔던 미시령 동서관통 도로(미시령터널)의 통행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오후 기자가 3.69㎞의 달하는 미시령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은 단 4대에 불과했다. 주말마다 긴 줄이 생겼던 요금소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따르면 1∼27일 미시령터널 이용 차량은 18만892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8815대와 비교해 58.8%(27만 대) 줄었다.
미시령터널을 포함하는 국도 44호, 46호를 지나던 차량이 급격히 줄면서 인제·홍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20년 넘게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종선(69)씨는 “휴가철이면 하루 평균 40만~50만원은 팔았는데 요즘엔 5만원 팔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강원연구원과 정재연 강원대(회계학)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동서고속도로 개통 후 미시령터널 이용 차량이 크게 줄면서 이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강원도는 2036년까지 터널운영사에 최대 5000억원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인제·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