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토종 경상도’ 억양이었다. 저 얼굴, 저 태도에서 저 억양이 나오다니. 그것도 시를 낭송하면서. 사람들은 웃음을 참느라고 어금니를 물었다.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시인의 새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도 우선 그 제목에서부터 또 다른 신철규를 생각나게 한다. 저 단정한 신철규에게도 슬픔이 있는가. 물론 있다. 그것도 깊고 넓은 슬픔이 있다. 다만 그의 다른 모든 행동처럼 그 슬픔이 잘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바로 시집의 저 제목이 시구로 들어가 있는 시 ‘슬픔의 자전’에서는 ‘타워팰리스 근처의 빈민촌에 사는’, 그래서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가 그 묵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눈물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눈물을 가득 담고 자전하고 있는 이 지구가 파열할 위험과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슬픔은 잘 관리돼야 한다.
넓고 깊은 감정과 철저하게 관리되는 감정 사이에서 신철규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긴장도 높은 언어가 만들어진다. 시인은 ‘돌이 되는 눈물’에 관해 자주 이야기하는데, 눈물이 진정으로 돌이 될 수는 없지만, 투명한 말-현실은 덕지덕지 불투명한데 남의 말 하듯이 오직 맑기만 하기에 오히려 유머처럼 읽히는 말-이 되어 백지 위에 적힐 수는 있다. 그때 돌은 시인의 가슴속에 들어가 앉는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