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설회사 직원 김모(32)씨는 휴가철을 맞아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린 지시의 영향이 크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 이하 공무원은 연차를 모두 쓰도록 하라”고 했다. 일 많다는 청와대에서도 그런 지시를 내리는데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변할 조짐이 없어서다.
공직사회가 부러운 일반 직장인들
공무원들 당당하게 2주 휴가 계획
일반 회사선 연차 쓴다고 혼내거나
공휴일을 사용일수 계산에 넣기도
평균 15일 중 눈치보며 절반만 써
다른 대기업 역시 비슷한 사정인 곳이 많다. 위계질서가 강한 제조업 계열에서 “연차를 쓰겠다”는 부하 직원은 직설적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제조업종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신모(31)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연차를 쓰겠다고 하면 ‘책상 뺀다’고 말하는 상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 못할 사정’은 통계로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차 사용일수는 7.9일이다. 연차휴가 부여일수인 15.1일의 절반 수준이다. 연차를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회사 분위기’(44.8%)와 ‘대체인력 부족’(43.1%)을 꼽았다.
인력이 빠듯한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업주가 나서서 연차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곳도 있다. 교육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모(26)씨는 “사장이 그전에 있던 임원이 6년 동안 연차를 쓰지 않았다며 ‘왜 자꾸 연차를 쓰려고 하느냐’고 다그친다. 여행은 아예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공휴일에 쉬면 연차를 소진한다”는 내용의 ‘연차사용동의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김모(26)씨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연차를 계산해 보니 부장도 나도 연차가 3일 남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장 내 연차 사용을 강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휴가 많이 쓰라고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연차 사용 실태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강제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의 연차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 안이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