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차관에 최수규(58)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행정고시(30회) 출신인 최 차관은 정통 관료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중소기업청 차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례적 발탁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런 만큼 그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수규 차관
장 실장과 고려대 선후배 사이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 개혁’ 동지
김동연 부총리, 반장식 일자리 수석
변 전 실장과 함께 일한 관료 후배
양쪽 진보적 경제철학은 같지만
‘소득 주도 성장’엔 서로 생각 달라
고려대 무역학과를 나온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장 실장과 가까운 사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책실장님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한성대 교수 출신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장 실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재벌 개혁 운동을 함께해 온 사이다. 누구보다 장 실장과 호흡이 가장 잘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역시 경제학자 출신의 홍장표 경제수석은 장 실장과 마찬가지로 ‘소득 주도 성장론’의 주창자다.
이들을 이른바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또 다른 그룹으로 ‘변양균 라인’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청와대의 반장식 일자리 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을 관가에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분류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과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함께 일한 경제 관료 출신의 후배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경제 라인 인사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 누구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라인을 짤 때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분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두 라인이 부각된 시기는 서로 달랐다. 홍남기 실장과 이정도 비서관이 문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5월 11일 임명됐듯이 공교롭게도 ‘변양균 라인’이 먼저 치고 나간 뒤 ‘장하성 라인’이 뒤쫓아 오는 모양새다. 장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날짜는 김동연 부총리와 함께 지명된 5월 21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인사에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변 전 실장과 장 실장 모두 각각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을 이끌고 있고, 주류에 터 잡고 있으면서도 진보적 철학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실장은 “만담가를 해도 되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유쾌한 성격이지만 변 전 실장은 불교에 각별한 관심이 있고 예술적 기질이 있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 변 전 실장은 지난달 출간한 『경제철학의 전환』 에서 “임금의 인위적 상승을 통해 소비 증대를 도모하는 정책은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 추이를 보아도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장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변 전 실장의 진단이 그렇더라도 현 정부에 몸을 담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등 ‘변양균 라인’이 현 정부의 큰 기조를 어기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