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28일 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거제의 한 의원 원장 A씨(57)를 구속했다.
지난 4일 경남 거제 한 의원에서 프로포폴 투여한 환자 사망
병원장 시신 렌터카로 통영 앞 바다에 유기, 자살로 위장도
사고 이전에도 피해자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못 깨어나 소동 빚기도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5월 4일부터 우울증 등으로 이 의원을 방문한 뒤 치료 목적으로 A씨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로부터 주사기로 프로포폴 10㎖ 이내로 맞았다. 보통 10㎖를 맞으면 3~4시간 정도를 자게 된다. 프로포폴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량을 결정하는데 상한선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B씨는 한달쯤 지난 6월부터 프로포폴 중독증상을 보였다. B씨가 10㎖를 맞아도 30분 정도면 깨어나 추가로 프로포폴 투여를 요구한 것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가 B씨에게 평소와 달리 영양제 등을 링겔로 주사 하면서 여기에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의원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건 발생 전후의 프로포폴량이 100㎖ 정도 모자란 것으로 파악됐는데 A씨가 혼자 근무하면서 B씨가 추가로 프로포폴 투여를 요구할 것을 예상해 처음 10㎖를 투여한 뒤 링겔에 추가로 90㎖를 투여해 놓았다가 과다투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하자 자살로 위장할 결심을 했다. A씨가 평소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했고, 병원 운영이 어려워 빚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과실로 B씨가 사망한 것이 알려지면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우려해서다. A씨는 당시 B씨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뒤 커튼을 쳐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환자 2명이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이어 평소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접수 여직원에게 6시에 퇴근하라고 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흰 천 등으로 감싼 뒤 병원 약품 등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카트에 실고 그 위에 다른 물건 등을 덮어 위장했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해 미리 빌려놓은 렌터카에 옮겨실었다. 이 때가 오후 8시30분 경이다.
5일 오후 1시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해경이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해경은 단순 자살이 아닌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B씨가 통영에 연고도 없는 등 수상한 점이 많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주변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 시신 발견 장소 근처 선착장에서 비가 심하게 내리는 와중에 차량 한 대가 30여분간 머물다가 떠난 장면을 발견했다. 통영해경은 이 차량번호 조회를 통해 A씨가 렌트한 차량임을 확인해 수사를 벌인 끝에 검거했다.
특히 A씨는 사건 이후 7월 7일쯤 의원이 있는 건물주에게 “병원 내에 간호사가 프로포폴 등을 무단으로 가져나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경찰이 조사를 할 것 같다”며 건물 내 CCTV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이튿날 엘리베이터와 차량 이동을 볼 수 있는 CCTV 흔적을 지우고 B씨의 진료기록부도 조작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사건 당일 건물주는 A씨가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둔 차에 무엇인가를 싣는 장면을 CCTV를 통해 목격했으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평소 B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일에는 영양제만 주사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병원관계자를 통해 사건 당일을 전후로 프로포폴 100㎖가 모자란 것으로 파악됐고, 평소에도 A씨와 다른 간호사들 간에 메신저를 통해 프로포폴 투여한 정황도 확인돼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