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학부생들과의 술자리에도 A씨를 데려가 “낮엔 대학원에서, 밤엔 술집에서 일한다”고 소개했다. A씨는 “그날 이후 후배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가까스로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대학원 생활이 두려워 교수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고 한다.
억지로 술자리 데려가고 신체 접촉
조교들 “논문·장학금 때문에 참아
신고할 곳 없어 혼자 끙끙 앓는다”
237개 대학 “인권센터 있나” 묻자
140곳 대답 거부, 설치는 19곳뿐
이날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교와 학생 등이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이를 신고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설치한 대학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노 의원이 전국 237개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 유무를 물었더니 조사에 응한 97곳 중 19곳에서만 “인권센터가 있다”고 답했다. 140곳(59.1%)은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노 의원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대학 대부분은 인권센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에 학생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인권센터도 역할이 제한적이다. 지난 6월 서울대 인권센터는 ‘팔만대장경’ 교수에게 별도의 징계 요구 없이 인권교육 이수 처분만 내렸다. 당시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인권센터가 학교의 눈치를 보며 공정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 인권센터 19곳 중 16곳은 총장 직속 기구나 일반 부서로 편제돼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권센터 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대학은 8곳뿐이다. 이날 노 의원은 “모든 대학이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 불합리한 인권침해를 막아야 한다”며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교수가 조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조교의 업무시간·범위 등을 모든 대학이 매년 공개하게 하는 내용의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도 지난달 발의됐다.
윤석만·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