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지난 2011년부터 운용 중인 ‘국가장비계획 2020(GPV-2020)’의 화두는 해군력 강화였다. 그러나 이를 대체하는 ‘국가장비계획 2025(GPV-2025)’는 지상군 전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7년 새 러시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서 군사적 수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견제 위해 지상군 늘려
‘수퍼탱크’ 아르마타도 대거 도입
극동군 전력 강화 움직임도 포착
전문가 “한반도 유사시 대비 목적”
이에 따라 해군과 육군의 예산은 완전히 역전됐다. 종전 계획에서 4조7000억 루블(약 87조9840억원) 정도였던 해군 예산은 2조6000억 루블로 거의 반토막이 난 반면 육군 예산은 2조6000억 루블에서 61% 많은 4조2000억 루블(약 78조6240억원)로 뛰었다.
러시아의 군비증강이 한반도 유사사태 대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을 막기 위해 극동군의 전력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민규 우석대 국방학과 교수는 “러시아 정부는 미 태평양사령부에 대응하는 극동군 전력을 끌어올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을 억지하기를 원한다”면서 "러시아는 냉전 때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했던 만큼 중국과는 다른 시각으로 동북아 역학 구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사이버전과 정보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 수행 능력을 넘어서는 대군 건설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지상군 증강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넘어서서 미국과 서유럽에 대항하는 미래전력을 건설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