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뿐 아니라 잉글랜드에서도 99년 화재 이후 안전 규정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2009년 런던 남부 라카날하우스 화재 이후 경고음은 더욱 강해졌다. 당시 화재 때도 불과 4분 만에 불길이 위층으로 번져 6명이 숨졌고 주원인으로 가연성 마감재가 지목됐다. 의회에서 노후 빌딩에 화재 진압 시스템과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보수당이 집권하든 노동당이 집권하든 “관료적 규제를 풀어주는 데 집중한 듯 보였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진단이다.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알루미늄판 내부를 폴리틸렌으로만 채운 외장재는 미국에선 20년 전부터 일정한 높이 이상의 건물에 사용이 금지됐다. NYT는 그렌펠 화재가 본질적으로 “(영국) 정부 감독의 총체적 실패, 내외부의 경고 무시, 기업들을 안전성 규제로부터 해방해 주려는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99년 화재 이후 스코틀랜드는 규정 강화
런던에선 2009년 화재에도 안전책 미비
한국, 2015년 이전 건물 외장재 규정 없어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