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2개, 현대중 3개 가동 중지
2개 매각 대우는 추가 매각 검토
올 상반기 수주 가뭄 벗어났지만
현장 가동까지는 1~2년 기다려야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생존플랜을 짜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가동을 중단한 플로팅도크는 매각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감 공백의 여파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총 11개 도크(울산조선소 10개, 군산조선소 1개) 가운데 3개 도크를 중단했다. 군산조선소는 이달부터 문을 닫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례없는 수주절벽으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군산조선소는 시장이 살아나서 일감이 생기면 재가동하기 위해 유지·보수 인력 50여 명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전체 7개 도크 중 2개를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추가 매각 전망도 나온다. 기업 관계자는 “회사가 이렇게 어려워진 게 결국 너무 무리하게 수주를 많이 하고 설비를 늘린 데 원인이 있다”면서 “생산설비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내 조선업계가 조금씩 수주 가뭄에서 벗어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3사는 상반기에 42억 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정해 올해 수주 목표액의 60%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상반기 48억달러 규모를 수주해 이미 목표치(65억 달러)의 74%를 채웠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수주액은 7억7000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주 개선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앞으로 1~2년의 일감 가뭄을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조선소 수는 조선업이 초호황이던 2009년 930개에서 올 3월 말 기준 398개로 60% 가까이 급감했다. 이 중 약 30%는 올 연말이면 일감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 업황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지만 10년전 호황기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부터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기본급 20%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내년까지 전체 인원의 30~40%를 감축하기로 하고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노동자협의회와 순환무급휴직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의 인도가 과제 1순위다. 당초 인도 시점은 지난해 6~7월이었지만 소난골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못 가져가겠다”고 버티면서 드릴십은 1년 넘게 옥포조선소 앞바다에 머물러 있다.
‘인도할 시점에 인도조건이 다 맞춰지면 인도한다’는 계약에 발목이 잡힌 대우조선은 결국 1조원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인도협상안을 진행 중인데 하나는 올해까지, 나머지는 내년 초에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기업들은 세계 1등 수준이라 대형유조선·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회복 수준은 2019년 이후에 한창 호황기의 50~60% 수준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