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민 세 집 걸러 한 집은 현재 하루 8시간 동안 급수가 제한될 상황에 처했다. 남유럽의 이례적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가뭄에 대비, 로마시가 제한 급수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300만 명에 달하는 로마 시민 중 3분의 1가량인 100만 명 남짓이 제한 급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마, 하루 8시간 제한급수 나서
분수대 멈추고 공공음수대도 잠가
1874년부터 로마에 등장한 공공음수대는 역사적으로도 오래 됐다. 당시 도심을 깨끗하게 하고, 길거리에서 채소·과일·생선 등을 파는 상인들을 위한 시설로 설치되기 시작됐다. 현재 로마에 약 2800여 개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음수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짜 물을 마시지 못하면서 물을 사먹어야 되고, 음료 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로마의 게스트하우스 주인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호텔·민박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한밤 중에 예고 없이 단수가 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물이 언제 끊길지 몰라 관광객을 받아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60년 만의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는 로마시로선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마시는 오는 28일부터 로마의 주상수원인 브라치아노 호수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로마 남쪽지방의 폭염으로 인한 피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칠리아주는 이달 들어 섭씨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지속되자 주도 팔레르모의 주요 리조트들이 관광객 700여 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또 대기가 건조해 산불도 잦아졌다. 로마 인근에 위치한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 분수도 가뭄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남유럽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선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이 자라지 못해 포도와 올리브 수확이 최악이다.
올해 이상 폭염·가뭄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세계기상협회는 지난달 “지구온난화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이 폭염과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을 10배 가량 높였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