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아들, 누구보다 용감했지만…" 찰리 부모 연명치료 중단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17.07.25 07:48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11개월짜리 희소병 아기 찰리 가드의 연명치료 여부를 놓고 전 세계적인 관심과 논쟁을 불렀던 영국인 부모가 결국 연명치료 포기를 선언했다. 당초 고려했던 실험적 치료법을 적용하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판단에서다.

희귀병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아 11개월 짧은 생을 마감할 위기에 처한 영국 아기 찰리 가드. [사진 찰리 가드 부모]

 
 
2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찰리의 부모 크리스 가드(32)와 코니 예이츠(31)는 이날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변호사 그랜트 암스트롱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병원의 최신 진단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다”면서 “작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힘든 일”이라고 고통스러운 결단의 심정을 전했다.

의료진 "새로운 치료법 적용에도 이미 늦어"
부모, 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 수용키로
"희귀병 아들, 세상 누구보다 큰 영향 줬다"

오는 8월 4일 첫돌을 앞두고 있는 찰리는 세계에서 16명만 앓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서 런던의 한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찰리의 뇌 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병원이 부모에게 연명치료 중단을 권유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하고 미국 병원에서 실험치료를 시도하겠다고 나섰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Gofundme’에 오른 찰리의 사연에 전 세계에서 성금이 답지하기도 했다.  

희귀병 연명치료 중단 판결에 맞서 싸워왔던 11개월짜리 아기 찰리 가드와 부모 크리스 가드(오른쪽) 코니 예이츠. [사진 고펀드미]

 
병원은 치료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인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영국 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찰리의 고통을 연장할 수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찰리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찰리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에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여론에 밀린 영국 법원은 결국 의료진이 합의한다면 재심을 통해 기존 판결을 번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미치오 히라노 교수는 찰리를 실험적인 '뉴클레오사이드 치료법(nucleoside therapy)'으로 치료해 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주 찰리를 진단한 히라노 교수는 이 치료법을 적용하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소견을 법원에 전달했다.
 

지난 10일 찰리의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재심하기로 한 영국 고등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찰리 부모. [AP=연합뉴스]

찰리의 부모는 법정에서 “아들은 누구보다 용감한 전사였다. 11개월 동안 사람들이 일생 동안 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에 영향을 줬다”며 “이제 아들과 마지막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찰리를 위해 헌신했던 모든 스태프가 부모의 슬픔에 동참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하는 성명을 냈다. 찰리의 치료를 위해 모인 성금 130만 파운드(약 19억원)는 찰리와 같은 아기들을 위한 재단 설립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