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체증을 빚은 원인은 제2외곽순환도로 구간에 포함된 북항터널(5.5㎞)의 침수 피해로 전날 오전 9시14분부터 이날까지 이틀째 차량통행이 통제된 때문이다. 인천~김포 구간은 1조7330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 개통했고 이 도로의 일부인 북항터널은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라고 홍보해 왔다.
배수펌프 제때 작동 안 해 부실 의혹
통행금지에 인천~김포 구간 정체
정상 개통은 내일이나 가능할 듯
인천 51층 아파트 등 400가구 정전
이틀째 엘리베이터 중단 고통
인천김포고속도로는 기존 터널 이용 차량을 남청라IC나 인근 중봉대로 등지로 우회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정체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23일 쏟아진 폭우로 수도권에서는 특히 인천 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
수도권기상청과 인천시에 따르면 23일 인천 강수량은 남구 110.5㎜, 남동구 110㎜, 동구 110.5㎜, 부평구 92㎜, 중구 85.5㎜ 등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택과 상가·공장·도로 등 2345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1000여 명이 넘는다. 인천시는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마가 휩쓸고 간 현장은 처참한 몰골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골목마다 각종 쓰레기와 비에 잠긴 집기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는 가구와 물품을 꺼내 내리는 빗물에 씻어 냈다.
그는 “4~5년 전에도 비 때문에 크게 침수 피해를 봐서 이사가려고 했는데 펌프 설치 등 배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이번엔 정말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지하나 지하 상가들은 아직까지도 빠지지 않은 매장 안의 물을 퍼내고 물건을 밖으로 꺼내느라 여념이 없다. 지하에 매장을 둔 ‘하모니 색소폰’ 박영빈(67) 원장은 “일반 도로도 허리춤까지 물이 찼는데 지하는 오죽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천 서구의 51층 아파트 2개동(104가구)을 비롯해 인천 400여 가구는 이틀째 정전 상태다. 일부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공장들도 침수 피해를 봤다. 인천 서구에서만 27개 공장이 물에 잠겼다. 엘리베이터 부품 생산업체 대원테크놀로지의 박명현(54) 대표는 “생산라인이 있는 지하와 1층까지 빗물이 들어오면서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난해에도 비 피해를 봐 구청에 예방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는데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인천 서구청을 성토했다.
주민들은 소래·구월·삼산 1·2 펌프장 등 배수펌프들이 폭우가 상당 부분 쏟아진 오전 9시가 다 돼서야 가동을 시작했다고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수펌프는 매뉴얼대로 가동했다”고 반박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펌프나 저류지 설치 등 대응책을 만들어 놓고도 실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임명수·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