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다시보기 │ 원주추어탕
서울 역삼동 교보타워 맞은편 골목. 높은 빌딩 숲 사이에 40여 년 세월을 혼자 비켜간 듯 옛 모습 그대로 낡은 건물이 있다. 역삼동에서만 3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주추어탕 건물이다. 가게는 이남수(48) 사장의 어머니인 김옥란(79)씨가 열었다.
강원도 원주시에 살던 김씨는 당시 집 앞에 있던 추어탕집 사장과 친해 바쁠 때마다 일손을 도왔다. 그러다 1977년 가족이 서울로 이사 오면서 그때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서울 미아리에서 추어탕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인 80년 역삼동으로 옮겼다. 첫날부터 손님이 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은 더 많아졌고 식당도 점점 넓어졌다. 처음엔 같은 건물에 갈비집과 수퍼마켓·정육점·치킨집 등이 함께 있었는데 이젠 그 자리를 모두 쓰고 있다. 80년대 말 건물 주인이 부도를 내 건물이 은행에 넘어가게 되자 빚을 내 건물을 인수한 것이다.
원주추어탕은 된장을 넣는 전라도나 경상도식과 다르게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그만큼 고추장이 중요하다. 직접 고추장을 담그는 것도 이 때문이다. 3~5년에 한 번씩 큰 고무 대야로 100통이 넘는 고추장을 담그고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숙성 창고에 보관한다.
맛대맛에 소개된 3년이 지났지만 추어탕 가격은 그대로다. 이 사장은 “추어탕 한 그릇 가격이 9000원인데 1000원만 올려도 1만원”이라며 “손님들이 느낄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 당분간 가격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만든 추어탕을 잘 지켜서 100년 가는 식당을 만들 겁니다. 아이들이 대를 잇겠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송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