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내년 최저임금 확정

중앙일보

입력 2017.07.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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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7년 7월 17일 30면>
최저임금 충격, 한국 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제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27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까지 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470원)보다 16.4%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20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른 올해의 최대 인상률(15.7%)까지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번 결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파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깊고 넓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사업 규모가 작고 취약한 개인사업자일수록 그렇다. 가게 문을 닫는 영세상인이 속출할지 모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번 시급 인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 수입이 9%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매출 2% 증대 전제 아래에서 이번 일로 인건비가 오른다고 가정한 결과다.
 
취약계층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자리가 줄 수 있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고용노동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고졸 이하, 청년층과 55세 이상 중고령층, 근속기간 3년 이하 근로자나 29인 이하 사업체일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영세업체일수록 무거워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고용 조건이 취약한 근로자부터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시급 인상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어제 일요일인데도 새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즉각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우선 종업원 30인 미만 사업체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어서는 추가적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 지원해 주기로 했다. 아파트 경비원을 비롯해 취약계층의 사회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 재정은 연간 4조원+α에 달한다.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도 최대 1.3% 낮추기로 했다.
 
문제는 일자리 및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동력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하위 1분위 소득계층의 경우 임금소득이 전체 소득의 14%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소득격차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최저임금 인상은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24%로 늘어난다. 급등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을 추월한다. 물가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이런 속도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납품·협력 업체로의 비용 전가 현상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탈원전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정책 실험이 됐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치밀하게 해나가야 한다.
 
한겨레 <2017년 7월 17일 27면>
최저임금 7530원, 후속대책이 관건이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달성’ 공약을 지키려면 매해 15.7%씩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긴 했었다. 그럼에도 최근 5년 새 평균 인상률이 7.42%이고 물가상승률이 연 1~2%대임을 고려하면 인상률 16.4%는 파격적인 수치다. 정부가 16일 곧바로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쪽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책의 치밀한 시행과 시급 1만원까지의 중장기 로드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여러모로 이전과 달랐다. 거의 매해 최저임금위원회 막판에는 노동자 쪽 또는 사용자 쪽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는 중간에 진통이 있었지만 노사가 끝까지 함께해 위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했다.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처음 양쪽의 간극은 컸지만 15일 밤 최종수정안에서 노동자 쪽 7530원, 사용자 쪽 7300원으로 230원까지 간격이 좁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이 시기엔 차이가 있지만 ‘1만원’을 약속한 데에 이어,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노동자 쪽 위원이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영세업체 대책을 요구하는 등 최저임금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의가 확산된 것도 성과다.
 
물론 시급 7530원은 월 157만3770원(월 209시간)으로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인 최저임금이 사용자 상황 위주로 결정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소상공인과 1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순 없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인건비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겠다며 이를 3조원으로 추산했다. 얼추 200만 명 이상 규모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 등 각종 불공정행위 시정으로 1조원 이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이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 산업구조를 바꿀지 여부다.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이들이 급격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며 체질을 바꿀 시간을 벌어줄 순 있지만 무한정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수 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적잖다. 실제 이런 효과가 나려면 정부가 이번만큼은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최저생계비의 객관적 산정과 업종별 차등지원 등 최저임금 산정 및 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시작할 때다.
 
논리 vs 논리
문닫는 영세상인 속출 우려 vs 인간다운 삶 보장 공감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 임금을 표결 끝에 753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하자 노동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을 심각히 악화시키고 일자리에도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성명을 내고 “당장 내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추가 부담할 인건비가 15조2000억원”이라며 영세한 중소·상공인들은 줄도산하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하는 인상분은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부담이 증가하는 사회보험료의 지원 규모 확대 방안, 현재 9%인 자영업자 임차인의 보증금·임대료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한 중앙과 한겨레의 시각 차이는 사설의 제목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저임금 충격, 한국 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가 중앙의 제목이고, ‘최저임금 7530원, 후속대책이 관건이다’가 한겨레의 제목이다. 중앙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반면, 한겨레는 적절한 후속대책이 보완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깊고 넓은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이다. 중앙은 이번 시급 인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 수입이 9%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가게 문을 닫는 영세상인이 속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영세업체일수록 무거워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비롯해 고용 조건이 취약한 근로자부터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구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최저임금의 역설’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현재 월 순익 100만원이 안 되는 생계형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112만 명, 31.6%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코 귓등으로 흘려들을 말은 아니다.
 
한겨레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저 과거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 쪽 또는 사용자 쪽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노사가 끝까지 함께해 위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의 공통된 대선공약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시급 7530원을 적용하면 월 급여는 157만3770원(월 209시간)으로 1인가구 표준생계비 216만원에 미치지 못하므로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한겨레는 평가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물론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인 최저임금이 사용자 상황 위주로 결정돼선 안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소상공인과 1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순 없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인건비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겠다며 이를 3조원으로 추산했다. 얼추 200만 명 이상 규모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 등 각종 불공정행위 시정으로 1조원 이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이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 산업구조를 바꿀지 여부다.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이들이 급격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며 체질을 바꿀 시간을 벌어줄 순 있지만 무한정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최저임금 인상은 ‘분수효과’를 일으켜 소득 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 이런 효과를 내려면 정부가 이번만큼은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최저생계비의 객관적 산정과 업종별 차등 지원 등 최저임금 산정 및 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시작할 때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