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7일 군사당국회담을 21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다음달 1일에는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협의할 적십자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7·6 베를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북한과의 회담을 제안을 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겠다”며 “북측도 우리 측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제안 날짜(21일)을 훌쩍 넘겼지만 북한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사당국회담 제시일(21일) 넘겼지만 감감
김정은이 먼저 꺼낸 남북 군사긴장완화 카드
"아직 내부 조율 못끝내, 어떤 식으로든 답 있을 것?"
"핵과 미사일 내세워 미국과 직거래, 추가도발?"
또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지난해 한국에 온 중국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등이 남북 당국회담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12명의 여종업원 가운데 북한의 국민가수로 꼽히는 최삼숙씨 딸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국 국민가수 자제가 북한에 가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실무자들이 회담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를 바탕으로 미국과 ‘직거래’를 시도하면서 한국의 제안에 흥미를 덜 느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 통일부 당국자는 “쌀과 비료가 지렛대가 됐던 2000년대 중반의 북한과 핵과 미사일을 내세우고 있는 지금의 북한은 다르다”며 “북한은 서울을 경유해 미국에 접근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미국을 직접 위협하면서 협상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김정일 시대에 수세적 입장에 놓였던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우면서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란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회담에 응하기 전 미사일 발사 등 추가도발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정부 산하 군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이 화성-14형 발사 관계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한 12일(보도는 13일) 이후 열흘이 넘도록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 로미오급 잠수함 2척이 장기간 동해에서 작전을 펼치는 추가 도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도발 카드를 먼저 꺼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