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군 동료들도 동병상련의 경험담을 쏟아냈다. 분단국가의 ‘애국 페이’를 당연하게 여겼던 세대들의 가슴 아린 추억이랄까.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며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서핑한다. 올해 병장 월급은 21만6000원, 30년 전 5100원의 42배다. 당시 월급을 몽땅 털면 700원짜리 짜장면 7인분을 쏠 수 있었는데 지금은 6000원짜리 36인분이다. 병사의 지갑이 두둑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지원제인 직업군인 미군은 어떨까. 미 육군 홈페이지에는 2년 차 병장 연봉이 2만7338달러(약 3059만원)로 나온다. 보너스와 각종 수당, 훈련비 등을 모두 제외한 순수 기본급이다.
물론 미군과 우리 병사의 급여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라면 병사 월급 100만원 시대가 열린다. 2018년엔 최저임금의 30%, 2020년엔 40%, 2022년엔 50%까지 인상하겠다니 말이다. 내년에 병장 월급이 40만5669원으로 오를 거란 것도 예고됐다. 특히 2022년 민간 부문에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월 급여 209만원)이 실현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최저임금 50%를 적용하면 병장 연봉이 120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애국 페이’의 종말이다.
그리 되면 병영 풍속도가 바뀔 것 같다. 씀씀이를 잘 설계하면 목돈도 마련할 수 있다. 등록금 싸기로 유명한 서울시립대를 다니던 병사는 한 달 치 월급으로 한 학기 등록금 102만2000원(인문사회계열 기준)을 충당할 수 있다. 얼얼하다. ‘군 테크’도 유행할 수 있다. 발 빠른 금융권은 펀드나 주식 저축, 효자 저축, 해외연수 상품까지 기획한다고 한다. 과연 병장 연봉 1200만원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문제는 빠듯한 국방 재원이다.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