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얼마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가는 최근 스케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2018년 전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했거나 예정된 작품의 수를 세어봤다. 오페라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오페라베이스(operabase.com)에 따르면 네트렙코 38회, 게오르규 31회, 담라우 36회, 린드스트롬 34회다. 오페라가 한번 제작될 때마다 적어도 3~4차례 무대에 오르는 걸 감안하면 5년에 최소 100번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소프라노들이다. 그것도 밀라노ㆍ런던ㆍ뉴욕 등 일류 오페라 극장 무대다.
세계적 성악가들이지만 각각 장기 달라
5년간 많이 맡은 오페라 배역 분석하면 '소리 종류' 구별 가능
10월부터 네트렙코, 게오르규, 담라우, 린드스트롬 차례로 내한
차이를 결정하는 건 목소리의 음색ㆍ무게ㆍ크기, 연기력과 외모 등이다. 그에 따라 소프라노의 유형도 갈린다. 거꾸로, 가장 많이 맡은 오페라 배역을 뽑아보면 음색·무게 등 소리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같은 소프라노이지만 특징이 다른 4명을 배역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연많은 '마농' 역 많이 한 무게의 여왕
네트렙코의 목소리는 음색이 짙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목 넘김 강한 와인”에 빗댔다. 1995년 데뷔하고 얼마 안돼서는 좀 더 가볍고 어린 여성으로 많이 출연했다. 순진한 남성을 놀리는 발랄한 여성(‘사랑의 묘약’)이 주특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예쁜 여성’ 역할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지금은 목소리 장점을 제대로 살려 무겁고 비극적인 역할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황지원은 “특히 베르디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 역에서는 독보적 명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할일수록 장점을 보이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다. 내한 공연에서는 현재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한다. 부를 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비극적 여성 주로 맡는 부드러움의 여왕
지난 5년동안 가장 많이 출연한 오페라는 푸치니 ‘토스카’. ‘토스카’의 토스카는 카리스마로 오페라 전체를 끌고가지만 여성적 매력 또한 갖춰야 하는 배역이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이라는 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목소리”라며 게오르규가 2000년대 초반부터 최고의 토스카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등 작곡가 푸치니의 극적이고 무게감 있는 역할이 게오르규에게 잘 맞아 ‘최고의 푸치니 소프라노’로 불린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체급을 바꾼 네트렙코과 달리 처음부터 무거운 역할로 시작하고 일관성 있게 소리 톤을 유지하는 소프라노”라고 설명했다.
게오르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서거 10주기 한국 공연에 참여한다.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등과 함께할 예정이다.
'밤의 여왕' 주특기인 기교의 여왕
때문에 담라우는 2008년 이후 '밤의 여왕'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한 역할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다.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하는 배역이다. 극한의 기교가 필요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역할도 비올레타 다음으로 많이 맡았지만 점차 기교 대신 안정성 쪽으로 배역을 선택하고 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기술적인 완벽함 대신 소리의 안정감 쪽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는 현명한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11월 첫 내한하는 담라우는 ‘라트라비아타’부터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벨리니 ‘청교도’와 한국 가곡까지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짰다.
'투란도트' 최다출연 깨끗함의 여왕
즉 강한 오페라에만 나오는 소프라노다. 칼처럼 찌르는 듯한 소리와 깨끗한 발음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수정으로 빚은 듯 차갑고 깨끗한 소리로 적은 종류의 배역을 맡는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소리는 드라마틱한데 외모가 여성스러워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12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투란도트’에 출연하며 첫 내한한다. 최근 가장 많이 출연하는 배역으로 한국에 신고식을 치르는 셈이다. 무대 연출, 의상은 없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