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진 예수’라는 노래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링크됐다. CCM 가수 '씨피알'이 지난달 30일 발매한 앨범 '실화 Part.1'에 수록된 곡이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오직 예수'로 잘못 읽었다. 그런데 맙소사, 오진 예수라니. ‘너무나 신선하다’ 생각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 들었다. “예수님은 누구신가”로 시작하는 노래는 반복해서 예수가 누군지 묻고 “온 세상의 구주시며 모든 왕의 왕의 왕”이라고 자답했다. 예의 그 가사는 후렴구에 나온다.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구요~) 예수는 진리신 분(진리구요~).” 이 노래에는 ‘오지다’는 표현 외에도 만렙(최대 레벨을 뜻하는 게임 용어), ㅇㅈ(인정) 등 젊은 세대들이 쓰는 용어가 담겼다.
욕 먹는 찬송가 '오진 예수', 이거 나만 불편해?
'예수는 오지신분(오지구요)', '만렙' 가사 화제
"예수 이용해 돈 벌려 한다", "저급한 가사" 비판도
‘오지다’는 말은 '마음이 흡족하게 흐뭇하다', '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란 뜻을 가진 ‘오달지다’의 방언이다. 얼핏 부정적 어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뜻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젊은 세대들은 “잘난 척 오지네”처럼 상대방을 비꼴 때 주로 쓴다. ‘쩐다(대단하다의 은어)’ 정도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뜻이 부정적이지 않음에도 이 찬송가가 이리도 욕먹는 건 아마도 찬송가는 가벼워선 안된다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고귀한 종교적 찬양을 세속의 저급한 언어로 폄훼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찬송가라는 통념의 틀을 깬 가벼움이 나처럼 예수를 믿지 않는 수많은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만 하더라도 평생 들었던 찬송가보다, ‘오진 예수’를 반복 재생해 들은 횟수가 더 많았으니까. "이 노래 들어봤느냐"고 주위에 권유한 걸 빼고서도 말이다.
잘못된 가설도 가치가 있는 건, 그것이 진리의 박제화를 막아내기 때문이다. 도전 받지 않는 이론은 그것이 설령 만고불변의 진리라 하더라도 깨달음을 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감히 묻는다면, 예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기 위한 찬송가가 왜 10대들에게 낯선 '고상하고 엄숙한' 언어로만 불려야 할까.
‘오진 예수’가 정말 부적절하고 비판받아야 할 찬송가라 할지라도, 그것이 '왜 예수는 항상 성스럽게만 묘사돼야 하는지', 그리고 '왜 찬송가는 고상한 언어로만 쓰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오진 예수’는 재밌고 훌륭한 찬송가가 아닐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