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협력업체들과 KAI의 납품 및 자금 흐름을 분석 중이다. 하 사장이 측근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이를 위해 기존 협력업체를 고사(枯死)시키고 그 일감을 측근 기업에 몰아줬는지도 수사 중이다.
하 사장 취임 후 급성장한 회사들
수의계약으로 물량 나눠 받고
다른 업체는 어음 받고 자금난
D사의 일감(에어버스 A320 부품 생산·조립 등)은 다른 4개 협력업체로 이전됐다. 이들 중 2곳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KAI와 D사의 대금 결제 방식도 어음 지급으로 바뀌었다. KAI는 대부분의 협력업체에 현금 결제 원칙을 지켜왔지만 D사는 예외가 됐다. 매달 5억~6억원가량의 돈줄이 막힌 D사는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D사 관계자는 “KAI가 고의적으로 자금 압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D사의 일감을 나눠 가진 업체 중 일부가 계약 해지 전부터 관련 설비를 구축해 수주 준비를 마쳤다는 의혹도 있다. 이 업체는 KAI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물량을 받은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검찰은 D사와의 계약 해지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일련의 과정에 하 사장이 관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협력업체인 B사는 ‘측근 기업’으로 의심받는 신생업체 P사에 일감이 몰리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P사는 당초 항공업과 무관한 조선부품을 생산했는데 하 사장 취임 뒤 KAI의 생산라인 조립업체에 선정됐다. 이에 대해 KAI 측은 “D사는 대표의 불법행위 때문에 계약 해지가 된 것일 뿐이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KAI 물량은 거의 최저가 경쟁입찰을 거치기 때문에 수의계약 자체가 일감 몰아주기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사천=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