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다음달 런던서 마지막 번개 친다

중앙일보

입력 2017.07.20 01:00

수정 2017.07.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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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 [사진 푸마코리아]

전 세계 육상트랙을 수놓았던 ‘번개’의 질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육상 남자 100m의 패러다임을 바꾼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현역 마지막 레이스를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다.
 
볼트의 피날레 무대는 다음 달 4일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하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그는 지난 2015년 2월 “런던 세계선수권까지만 뛰고 은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볼트는 세계선수권에서 100m(다음 달 6일 오전 5시 45분)와 400m 계주(다음 달 13일 오전 5시 50분)에 출전한다.

4일 개막 세계선수권 은퇴 레이스
2008년부터 100m 등 단거리 지배
인간 한계 뛰어넘는 신기록 행진
영국 신문 “볼트 가치 6000만 달러”
아버지 “더 뛰었으면” 바람에도
볼트 “맨유 포그바와 맥주 파티”

지난달 29일 체코에서 열린 골든스파이크 육상 대회 100m 경기를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 [오스트라바 AP=연합뉴스]

볼트는 올해 두 차례 100m를 뛰었다. 먼저 지난달 11일 자메이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뛰었다. ‘전설에 대한 존경’으로 명명된 경기에서 볼트는 10초03으로 우승했다. 그가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체코 골든 스파이크대회에서 10초06을 기록했다. 두 차례 모두 9초대에 들지 못했다. 볼트는 오는 22일 모나코 허큘리스 EBS 미팅 남자 100m에서 세계선수권을 위한 최종 리허설을 한다.
 
볼트는 타이슨 게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남자 단거리를 양분하고 있던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해 남자 단거리계를 평정했다. 그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볼트는 남자 100m(당시 9초69)와 200m(당시 19초30), 400m 계주(당시 37초10) 모두를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어 이듬해인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남자 400m 계주 세계기록(36초84)을 마저 바꿨다. 육상 남자 단거리의 모든 기록에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실력은 ‘돈’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6년 스포츠 스타 연간 수입’ 순위에서 볼트는 3420만 달러(384억원)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추어 종목 선수지만 프로 스타 못지않았다. 지난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볼트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6000만 달러(약 672억원)”라며 “육상에서 빌 게이츠 같은 존재로 불릴 만하다”고 전했다.


그의 선수 경력이 늘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크리켓과 축구를 했던 그는 12세에 육상에 입문했다. 처음엔 200m와 400m 전문선수였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2001년 헝가리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모두 200m에 출전했지만 예선탈락했다.
 
선천적으로 휜 척추, 좌우 균형이 맞지 않은 어깨와 골반, 2m에 가까운 큰 키(1m95cm)는 스프린터에게 치명적 단점이었다. 하지만 2004년 말 글렌 밀스(68) 코치를 만나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몸을 위 아래로 흔들어 골반과 다리의 균형을 맞추게 했다. 긴 다리를 활용해 보폭을 2m44cm로 늘렸다. 덕분에 100m를 41걸음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100m를 대개 43~50걸음에 뛰었다. 볼트는 큰 키 탓에 출발반응 속도는 느렸지만, 레이스 중반부터 가장 앞으로 치고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7년 100m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최강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우사인 볼트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지난 4월 볼트는 위기를 맞았다. 그와 절친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저메인 메이슨(영국)이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한달 가까이 훈련을 하지 못했다. 올해 두 차례 레이스에서 연거푸 10초대를 뛰었어도 그는 “걱정은 언론들만 한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볼트의 은퇴를 아쉬워 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의 아버지인 윌리슬리 볼트(60)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볼트의 은퇴 무대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볼트가 2년 정도는 더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트는 이미 은퇴 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렬한 팬인 그는 “세계선수권이 끝나면 폴 포그바(맨유)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볼트는 은퇴 후 축구선수에 도전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