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 있는 상왕산 자락은 완도 앞바다에 펼쳐진 남해안 풍광과 맞물려 천혜의 절경을 이룬다. 울창한 산림이 만든 그늘과 계곡에서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름철을 비롯해 사계절 내내 탐방객이 몰린다.
힐링 휴가지로 뜨는 완도수목원
‘축구장 2800개’ 2033만㎡ 규모
울창한 산림 그늘·계곡 피서 제격
천연림·다도해 어울려 절경 연출
온실선 500여종 아열대 식물 감상
완도수목원은 1991년 완도군 군외면 상왕산 일대에 문을 열었다. 한반도 남쪽의 태곳적 원시림(原始林)을 간직한 천연림 안에 아열대 온실과 산림박물관 등이 있어 탐방객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의 생태적 특성에 따라 조성된 전문 수목원 30여 곳 사이로는 다양한 산책로와 전망대가 있다. 탐방객들은 2∼4시간 동안 다양한 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아열대 온실은 완도수목원의 킬러 콘텐트다. 500여 종의 열대·아열대 식물과 각종 선인장을 볼 수 있다. 3196㎡ 크기의 대형 온실에는 대왕야자와 망고·꽃기린 등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침엽수이자 공룡이 먹던 나무인 ‘울레미 소나무(Wollemia nobilis)’도 볼 수 있다. 온실 안에는 선인장·다육 식물원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금호·펜타금 같은 선인장과 알로에, 용설란 등이 가득하다.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산림박물관’도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건축연면적 2059㎡에 ‘□(네모)’ 형태로 배치된 한옥건물에 다양한 난대수종과 동물·식물·곤충 표본 등이 전시돼 있다.
완도수목원은 그 자체가 환경보존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려주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원래 산림이 울창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는 동안 산 전체가 크게 황폐화됐다. 일제가 19세기 말부터 대규모 남벌을 한 데 이어 1950년 전후로는 주민들의 도벌(盜伐)이 성행해서다.
현재까지 수목원 곳곳에 남은 40여 개의 숯가마터에는 난개발의 흔적이 담겨있다.
이곳이 태곳적 원시림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정부가 산림관리를 강화한 ‘치산녹화(治山綠化)’에 착수하면서 원래의 생태환경을 회복했다. 당시 산에서 뛰노는 노루나 토끼가 보일 정도로 황폐해졌던 산림이 난대림의 보고(寶庫)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석면 완도수목원 수목연구팀장은 “수목원 전체가 황폐화된 자연 스스로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천혜의 정원”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