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맨해튼 전철역 플랫폼에서 한기석(당시 59세)씨를 선로로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던 나임 데이비스(34)가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17일 뉴욕주법원 맨해튼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데이비스에게 적용된 살인·과실치사·형사상살인방조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온 직후 마크 드와이어 판사는 석방 명령을 내렸고 데이비스는 사건 발생 5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12년 전철 선로에 밀어 숨지게 한 혐의
재판 과정서 지속적으로 정당 방위 주장
배심원단 "유죄 증거 부족"…검찰 항소 못해
리걸에이드소사이어티의 스티븐 포카트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한씨의 체구는 데이비스에 비해 작지만 그가 한 행동은 데이비스로 하여금 위태로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꼈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씨는 데이비스를 건드리거나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데이비스가 과잉 반응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나흘간 진행된 심리 끝에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배심원 대표인 그레첸 파일은 “데이비스가 유죄라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했다. 데이비스의 행동이 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검찰이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 우리는 심리를 지켜보면서 의견을 좁혀 나갔다. 종신형을 선고받을 만한 죄를 지었다는 충분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무죄 평결의 이유를 밝혔다.
데이비스는 무죄 평결이 나온 후 뉴욕포스트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한씨의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남편을 잃게 된 것은 매우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배심원단이 내게 무죄 평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나의 무죄를 인정해 준 배심원단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한씨의 유가족 측은 가족의 불행을 또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다며 이번 평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 형사 사건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은 최종적인 것으로, 검찰은 항소할 수 없다.
최수진 기자 choi.soojin1@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