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어제 보도한 달걀·우유·소고기 등의 등급 거품 논란이 대표적이다. 달걀은 달걀의 외관, 난황(노른자) 퍼짐 정도, 이물질 등을 평가해 1+·1·2·3등급을 매기는데, 최근 등급 판정을 받은 달걀의 93.5%가 1+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달걀을 무게에 따라 나눈 등급은 더 요지경이다. 특란, 왕란, 대란 중에 어떤 등급이 가장 큰 달걀일까. 중량에 따른 달걀 규격은 왕란(68g 이상), 특란(60~67g), 대란(52~59g) 순이다. 크다(大)는 의미의 대란도 모자라 그 위에 두 단계나 더 있는 셈이다.
대란 위에 왕란, 1등급 위에 1++까지
달걀·우유의 94%가 최고등급 받아
시장 선순환 위해 등급제 재정비해야
소고기 등급제도 논란의 대상이다. 1등급 위에 1+, 1++등급이 더 있다. 한우의 72%는 1~1++등급 사이다. 웬만하면 1등급 이상이란 얘기다. 게다가 마블링(근내지방도)을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기 때문에 건강을 중요시하는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영양가나 신선도와는 상관없이 등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내년까지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텔 등급에도 거품이 있다. ‘6성급’을 강조하는 호텔이 있지만 이는 마케팅용으로 만든 ‘자체 등급’일 뿐이다. 국내 공식 호텔 등급은 별 하나부터 다섯 개까지다.
등급 인증제는 잘 활용하기만 하면 시장의 선순환을 가져온다. 생산자에게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인이 되고,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최고 등급이 넘쳐나거나 최고 등급으로 오인되는 등급이 여럿이면 시장 참여자에게 제대로 된 신호를 줄 수가 없다. 결국 더 좋은 제품을 애써 내놓은 생산자와 합리적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 생산·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등급제를 실효성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소비재의 등급제부터 우선 거품을 빼야 강하고 힘센 단어만 좋아하는 우리 사회의 언어 인플레도 조금이나마 잦아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