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수리온을 국산 ‘명품 무기’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금까지 육군은 수리온 60여 대를 운용 중이며 경찰과 해병대에도 납품이 예정돼 있다. 개발 및 구매 비용을 감안하면 3조원이 훌쩍 넘는다.
감사원 발표로 본 ‘명품 헬기’ 실태
지체 배상금 4571억도 못 받게 돼
앞유리 잦은 파손, 기체 비 새기도
일각 “정부 바뀌니 부실 부각하나”
2013년부터 수리온에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자 감사원은 2016년 3~5월 2차 감사에 착수했다. 그해 10~12월엔 시험평가와 정부 인증 과정 등에 대한 3차 감사까지 벌였다. 이날 감사원 발표는 2, 3차 감사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감사 자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방산 비리 척결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이날 발표했다. 감사원 측은 “보통 감사 종료 후 감사위원회 의결까지 3~4개월이 걸리는데 방사청이 소명자료를 워낙 많이 제출해 공개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2015년 1월과 2월엔 비행훈련 중이던 수리온 2대가 결빙을 막는 방빙(防氷) 장치를 가동하다 엔진 과속으로 갑자기 정지하는 바람에 비상착륙했고, 급기야 12월엔 같은 결함으로 1대가 추락해 기체가 대파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리온은 새로 개발된 항공기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후속 개선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락사고 이후인 2016년 3월 뒤늦은 성능시험 과정에서 수리온의 결빙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2018년 6월까지 보완하겠다’는 KAI의 약속만 믿고 중단했던 수리온 납품을 재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지체상금(배상금) 4571억원을 KAI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여기에 이미 납품된 수리온 헬기의 개선비용 207억원도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도 크다고 감사원은 우려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6월 21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 발표와 관련,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짧은 기간 안에 국산 헬기를 개발하다 보니 예견된 결과”라면서도 “그렇다고 수리온이 ‘부실덩어리’만은 아닌데 정부가 바뀌니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