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김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입양된 가정에서 파양돼 다른 가정에 다시 입양됐다. 우울증을 앓았고, 경찰서를 여러 번 들락거렸다. 약물중독 문제도 있었다. 절도와 폭행 등의 전과가 있던 김씨는 2012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우울증·언어장벽에 한국 부적응
“입양 후 삶도 계속 관심 가져야”
김씨와 비슷한 처지로 미국으로 입양됐다 추방된 한호규(46)씨는 “김씨가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우리 외에는 친구도 없었고 말할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대형 기관이 해외 입양을 한 뒤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계속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폭행 사건으로 교도소 생활을 했다.
김씨의 사연은 경찰이 홀트아동복지회에 그의 죽음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그가 투신 장소로 택한 아파트는 그가 지내던 원룸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TV(CCTV)에는 그가 혼자 14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유서는 없었고 현장에 신분증이 놓여 있었다. 주소를 확인해 보니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마련한 집이라 홀트아동복지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해외입양인연대’의 입양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였다. 김씨를 보내는 마지막 추모 모임이었다. 이들은 김씨의 죽음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그의 양부모에게 알렸다. 부모의 나라 한국과 입양된 미국에서 연이어 버림받은 김씨의 유해는 양부모에게 보내졌다.
송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