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 첫째 은혁(13)은 투수, 둘째 은준(7)은 타자, 그리고 아빠는 포수가 됐다. ‘왼손잡이’ 삼부자(父子)는 올스타전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시타를 했다.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 나들이
두 아들 함께 삼부자 시구·시타
아내 “아빠의 성실함 닮았으면”
야구 23년 동안 번 돈만 500억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어 행복”
이승엽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올스타전 이벤트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두 아들과의 시구·시타 이벤트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승엽은 “은혁이는 못 던졌다며 아쉬워하고, 은준이는 못 쳤다고 서운해하더라. 내가 보기엔 둘 다 잘했다”며 “두 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된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지독하게 야구에만 몰두했던 지난 23년, 그는 한국야구의 홈런 기록을 모조리 새로 썼다. 또한 한국에서 15년, 일본에서 8년을 뛰며 총 500억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활약한 박찬호(44·은퇴)·추신수(35·텍사스)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야구선수다.
요즘 이승엽의 유일한 취미는 아들 은혁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다. 시즌 중이어서 함께 외출할 시간을 내지 못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과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은혁은 “아빠는 화 한 번 내지 않는다. 친절하다. 100점짜리 아빠”라며 웃었다.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35)씨는 관중석에서 시구·시타 행사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이씨는 “(남편의 은퇴가) 이제 조금 실감이 난다”며 “두 아들이 아빠의 착한 성격과 성실함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이승엽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정상에 서있다. 올해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6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승엽이 혹독하리 만큼 자신을 채찍질한 과정을 부인 이씨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이씨는 “야구선수로서 남편은 존경할 수 있을 만큼 큰 선수다. (야구에만 열중했기 때문에) 남편으로서는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이승엽은 홈런을 날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한,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드림 올스타 5번·지명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6번이나 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 없이 2루타만 1개 쳐냈다. 그는 “홈런을 치려고 계속 풀스윙을 했는데 뜻처럼 되지 않았다. 이제 나도 늙었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승엽은 “2000년대 초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다. 지금은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이승엽은 두 아들과 더그아웃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그라운드에 나란히 앉아 불꽃축제를 지켜봤다. 하늘 높이 떠올라 화려하게 터진 뒤 사라지는 불꽃은 이승엽의 뜨거운 야구인생 같았다. 팬들은 불꽃을 보며 이승엽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대구=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