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서른 즈음, 사진가로서 사면초가의 심정으로 면벽에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골방에서 이리대굴, 저리대굴 구겨진 끝에 자신의 내면을 만나 그 뒤로 작업의 원천을 삼으셨다 합니다. 누구나 만나고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자아로 세상을 바꾸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아버지는 믿는다 하셨습니다.”
사진작가 정동석 ‘동강 사진상’ 수상
해안선 철조망, 비무장지대 풍경 등
우리네 삶의 환경 무심하게 보여줘
“다큐 사진을 비약시킨 사진적 비평”
올해 16회를 맞은 동강국제사진제는 ‘동강사진전 수상자 전-정동석’을 필두로 강원도 사진가전(책임위원 심상만), 거리 설치전(이재구 기획) 등 10여 가지 행사로 10월 1일까지 80일간의 사진 일주에 들어갔다. 10개국 14명 작가가 참가한 주제전 ‘나는 갈등한다, 고로 존재한다’(신수진 기획)는 난민·이방인·강제 이주자 등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직면한 공적이면서 사적인 갈등을 사진 작품으로 증언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다룬 스테판 쇼어의 ‘우크라이나’ 연작, 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한국인을 추적한 손승현의 ‘홈 커밍’ 시리즈, 편견의 한 양상을 기록한 한느 반 데르 우데의 ‘빨간 머리’ 사진들이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환영사에서 “올해 동강국제사진제는 사진전문가와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며 “2018평창 동계올림픽 배후도시 영월이 사진을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고 문화의 힘이 사랑과 평화와 번영의 키워드로 발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 위원장인 경성대 사진학과 이재구 교수는 “동강국제사진제는 사진예술의 특성화를 기본 축으로 해서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화, 그리고 동시에 ‘누구나 참여하는 우리 모두의 사진 축제’로서 여러분을 위한 신명나는 사진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특히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7개월 앞두고 열리게 돼 있어 국제공모전의 진행과 함께 사진예술의 글로벌화를 경험하는 다채로운 국제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동강사진제를 이름나게 한 ‘동강사진워크숍’은 원로 사진작가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용석·김녕만·노순택·손홍주·이창수 등 14명이 다양한 전문 주제를 풀어놓아 인기를 모았다. 뒤늦게 사진에 입문한 중장년층 수강생이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이 노년 사회의 한 단면처럼 보였다. ‘사람 사진’을 제목으로 초상 사진을 찍는 내밀한 기법을 공개한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는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털어놓으며 “사진 책에 나온 금기를 뒤집어 벗겨보라”고 조언했다.
영월=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