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6성급을 강조하는 이유는 호텔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6월 현재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관광호텔 수는 87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 가량인 400여개가 서울시내에 몰려있다. 2014년 230여개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비즈니스 호텔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수도권 호텔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호텔에서 최상급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6성급임을 내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곳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6성급 호텔을 자처하는 곳이 늘었지만 실제로 별 6개짜리 호텔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에 따르면 5성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별 하나가 더 붙은 6성급은 호텔이 마케팅을 위해 상향한 ‘자체 등급’인 셈이다. 나아가 6성급을 내세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가 2월 발표한 호텔평가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호텔 가운데 5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단 한곳도 없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자매매체로 전 세계 호텔과 레스토랑·스파 등을 평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전문지다. 서울시내에서 4성급 평가를 받은 곳은 포시즌스서울·파크하얏트·호텔신라 등 3곳에 그쳤다. 이와 달리 일본 도쿄의 호텔 3곳은 포브스가 선정한 5성급 호텔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 트래블가이드 “서울에 5성급 호텔도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이후 40여년 간 호텔 등급을 무궁화 개수로 표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수가 증가하면서 2014년 9월 관광진흥법 개정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 등급(Star Rating) 체계로 바꿨다. 무궁화 등급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별이나 다이아몬드 등급제와 기준이 다르고, 특1급과 특2급이 모두 무궁화 다섯 개를 달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존 등급 결정 업무를 담당하던 민간 협회가 회원사 확보를 위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평가 주체를 일원화해 등급 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국관광공사가 등급 평가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일선 호텔을 대상으로 2015년 말까지 호텔 등급 결정 신청을 받았다. 이때 호텔은 신·구등급 중 선택이 가능했는데, 구등급의 평가 기준이 높은 등급을 받기 유리하다고 판단한 호텔이 적지 않았다. 신청에서 접수-평가-결정-부여-통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3~4개월로,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4월을 마지막으로 무궁화 등급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한번 결정된 등급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2019년 4월까지는 무궁화 등급과 별 등급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국내 호텔등급 심사제도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이용객 입장에서 느끼는 동일 등급 간 간극도 존재한다. 등급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낡고 허름한 호텔이 최신 시설의 호텔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롯데시티호텔 명동·울산과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신라스테이 구로는 구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특2급 호텔이었다. 그러나 앞서 두 호텔이 신등급 기준 4성급을 부여받은 반면 신라스테이는 3성급 호텔이 됐다. 객실 수는 충분했지만 호텔 내 식음 매장이 하나인 점이 등급 하향의 원인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평가 항목서에 따르면 4성급이 되려면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비즈니스 호텔은 등급 산정에서 불리
현재 신등급 평가를 받은 호텔은 300개, 구등급 유지 중인 호텔은 176개로 총 476개다. 한국관광공사가 유럽 15개국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탈리아·폴란드·포르투갈·아일랜드 등 7개국이 호텔에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호텔이 등급을 허위로 표시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순 있지만 등급 부착 의무는 없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호텔 예약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인증한 등급과 로고를 명시한 업체가 늘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이 등급에 대한 신뢰를 갖고, 호텔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등급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 별 하나에 숨은 의미
4성급: 고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 호텔 로비는 품격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우수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2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연회장·국제 회의장을 갖추고 12시간 이상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휘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춤.
3성급: 청결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고객이 수면과 청결 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다양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1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로비·라운지 및 고객이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추어 고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
2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며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 F&B 부대시설을 운영하는 안전한 호텔.
1성급: 고객이 수면과 청결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조식이 가능한 안전한 호텔.
자료: 한국관광공사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