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재협상(renegotiaion)’ 대신 ‘수정(amendments)을 위한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이다. 건축으로 비유하면 재협상은 있는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하자는 얘기고, 수정 협상은 리모델링에 해당한다. 미국이 한·미 FTA의 근간을 흔들 명분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국이 가장 최근에 맺은 FTA인 한·미 FTA를 부정하면 전 세계적으로 신뢰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결과는 양국에 모두 도움
미국도 재협상 요구할 명분 못 찾아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은 빨리 메워야
우리로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자동차만 해도 최근 5년간 대미 수출은 줄어든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늘었다. 미국의 대한 자동차 무역적자가 FTA 때문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탓이라는 의미다. 미국이 주로 문제 삼는 중국산 철강의 한국 우회수출도 전체 물량의 2%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5년간 세계 교역규모는 10% 감소했지만 양국 간 교역은 1.7% 늘어났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두배로 늘어났지만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도 109억 달러에서 141억 달러로 늘었다. 또 한국의 대미 투자가 60% 이상 늘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내고 미국산 무기를 사주는 주요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 입장에서도 FTA 체결 이후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강조해 한·미 FTA의 호혜성을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협상을 담당할 통상교섭본부장의 공백이다. 새 정부 출범 60일이 넘었지만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적임자를 찾는 일도 지연되고 있다. 장관 임명 문제와 별개로 여야가 정부조직법을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