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졸업한 63년에 단편 ‘아겔다마’로 잡지 ‘사상계’를 통해 등단했다. 69년 캐나다로 이민 가 병원 영안실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고, ‘reader’s retreat(독자의 은신처)’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설 집필을 계속했다.
철학·심리학 넘나드는 난해한 글
“집요한 글쓰기 구도자 같은 느낌”
문학평론가 정과리씨는 “이념의 공백기였던 90년대, 욕망이 득세하는 세태를 쫓는 문학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고인의 소설 매니어층이 생겼다”고 평했다. 시인 김사인씨는 “글쓰기에 관한 한 너무나도 집요하고 투철해 행자나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한국어 산문이 도달한 성취를 얘기할 때 선생님 작품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회고했다.
문학독자는 고인의 작품을 어려워했지만 연극·영화·무용계에서는 적극 수용됐다. 『죽음의…』가 96년 박신양 주연의 영화 ‘유리’로 만들어졌다. 중단편집 『열명길』, 20년에 걸쳐 집필한 장편 『칠조어론』, 『죽음의…』의 속편 격인 『잡설품』 등이 있다. 90년대 말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 거처를 마련하고는 1년에 한두 차례 머물다 캐나다로 돌아가곤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