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섬마을 전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나오시마(直島) 덕분에 최근 몇 년 새 시코쿠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쓰(高松)가 꽤 이름을 알리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다카마쓰 국제공항에 내려 배를 타고 나오시마에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렇게 다카마쓰를 ‘찍고’ 돌아오기엔 아쉽다. 다카마쓰는 물론이요, 인근 도쿠시마현의 나루토 등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발견하는 재미, 시코쿠의 매력
연못·소나무 어우러진 리쓰린 공원
세계서 손꼽히는 나루토 소용돌이
바다 가로지른 1629m 2층 다리도
밤나무숲(栗林)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곳은 소나무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데, 1400여 그루의 소나무 중 1000여 그루가 전문가 손으로 다듬어진 분재송이다.
한국어로 공원 곳곳을 안내하는, 역시나 한류에 관심이 많아 한글을 배우게 됐다는 아주머니 자원봉사자로부터 재미난 사연과 모양을 지닌 각종 소나무 설명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리쓰린 공원 안의 다실(茶室) 기쿠게쓰테이(掬月亭)에서 마신 말차가 가장 인상적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덕분이었다.
연못 위의 조각배 한 척, 아니 배를 탄 남녀 커플이 멋진 산수화를 완성했다.
다카마쓰가 있는 가가와현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도쿠시마(德島)현 나루토의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연꽃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낯선 풍경이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고보니 도쿠시마는 원래 연근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사실 오쓰카 국제미술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산을 뚫고 지은 특이한 미술관이라는 점이 끌리긴 했지만 가짜 명화가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은 예상대로였고, 나머지 절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쓰카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 설립한 오쓰카 국제미술관은 전 세계 25개국 190여 개 미술관이 소장한 명화 1000여 점을 원본과 똑같은 사이즈로 재현해 놓았다. 가령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을 그대로 갖다 놨고, 사진 촬영이 금지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원본과 똑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실망스러웠다.
딱 하나 흥미로웠던 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마주 보는 자리에 복원 전 모습과 복원 후 모습을 같이 두었기 때문이다.
나루토 해협 한가운데의 나루토(鳴門) 소용돌이(渦潮·우즈시오)는 자연 그 자체의 신비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소용돌이 중 하나로 꼽힌다. 너비 1.3㎞의 좁은 나루토 해협은 혼슈·규슈·시코쿠에 둘러싸인 내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와 나루토 해협 급류가 만나는 곳에 최대 1.7m의 낙차가 생겨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 큰 조수일 때는 직경이 20m 이상 달하기도 한단다.
배를 타고 나가 오나루토교 아래 잠시 머무르며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
소용돌이와 함께 장관을 이루는 오나루토교는 나루토(시코쿠)와 아와지시마(혼슈) 사이를 잇는 2층 다리다. 85년 개통했는데 전체 길이는 1629m다. 위로는 차가 다니지만 아래층에는 우즈노미치(渦の道)라고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통로로 조성돼 걸으면서도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꼭 소용돌이 감상이 아니더라도 바닥 투명유리를 통해 해상 45m 위에서 보는 바다는 그럴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그저 새로운 자극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발견의 재미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시코쿠가 알게 해줬다.
◆여행정보
에어서울이 인천~다카마쓰를 월·화·수·금·일 운항한다. 여러 항공사가 하루에도 몇 편씩 운항하는 간사이공항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카마쓰에 가는 방법도 있다. 3시간30분 소요. 입장료는 리쓰린 공원 410엔, 오쓰카 국제미술관 3240엔, 나루토 관조선(원더 나루토) 1800엔, 우즈노미치 510엔.
시코쿠(일본)=글·사진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취재 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