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 패스 LNG 터미널에서 선적한 물량을 지난 3일 통영인수기지로 들여왔다. 2036년까지 연간 280만t을 수입할 계획이다. SK E&S도 2019년부터 20년간 연간 220만t의 미국산 LNG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했다.
2025년께 1000만t가량 물량 줄어
정부, 미 LNG로 상당분 대체 계획
트럼프, 무역불균형 카드 내세워
아시아 국가에 비싼 값 수입 압박
전문가 “가격경쟁력 충분히 따져야”
가스공사 측은 구체적인 미국산 LNG 도입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급자인 셰니예르와의 계약상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현재 미국산 LNG 가격은 1MMBtu당 8달러로 다른 지역 LNG 도입분 평균에 비해 약 3달러 비싼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LNG 가격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약 8달러 수준이라면 현재로선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산 LNG 최대 수입국인 인도의 고민도 가격에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국영 에너지기업 가일은 6년 전 셰니예르 측과 220억 달러(약 25조2010억원) 규모의 2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LNG를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8달러대 LNG 가격은 너무 높다고 판단해 가격 재협상에 나섰다.
최근 미국은 전 세계 LNG 수요의 73%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판매 공세를 정부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일즈 포인트는 가격이 아니라 외교안보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에너지부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 촉진대회’에서 “미국산 LNG는 러시아산보다 비싸지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동맹국에 우호적인 공급자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콘 위원장이 직접 미국산 LNG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이어 콘 위원장은 “최근 인도 모디 총리와 그랬듯이 오늘 밤 만찬 때 문재인 대통령과 LNG에 대해 얘기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같은 통상 카드를 활용해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LNG 수입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LNG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걸고 넘어진 것도 LNG 수입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LNG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의 천연가스 증산 계획에 따라 LNG 공급국 간 경쟁이 불붙은 상태여서 LNG 수출을 둘러싼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