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남한에서는 이를 정치적 프로파간다 정도로만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의 치열한 생존 코드다. 핵과 미사일의 ‘2차 타격 능력’이 있으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고 경제문제를 해결하면 내부의 도전도 없앨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 노선으로 장기 독재를 하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이 코드를 주민의 마음에 주입시켜 핵과 경제가 독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으로 믿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특급 비밀을 누설하는 실책을 범했다.
핵·경제는 김정은 생존 코드
북한이 핵·미사일 고집하면
무역과 시장이 망가지는
구도 만들어야 대북정책 성공
지금은 강하게 제재해야
평화가 사는 역설의 기간
우리는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를 공략해 그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펴야 한다. 즉 계속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북한의 무역과 시장이 망가지는 구도를 만들어야 대북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돈맛을 본 관료와 세끼 식사를 하게 된 주민은 ‘고난의 행군’으로 순순히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경제 위기가 닥쳤음을 이들이 알게 된다면 김정은은 핵을 개발할수록 정권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둘째, 미국과 협력해 경제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원유 공급 중단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경우 새로운 유엔 안보리 제재에는 무연탄의 경우처럼 철광석에도 수입 물량과 금액 상한을 적용하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 올해 3월부터 중국의 북한산 무연탄 수입은 공식적으로 중단됐지만 대신 민생용으로 둔갑한 철광석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 안도 반대한다면 미국 주도로 북한산 광물의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 기업 대부분이 군과 당의 자금줄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근거는 충분하다.
셋째, 러시아에 북한 근로자 수를 줄이도록 요청해야 한다. 러시아에 파견된 4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보내는 돈은 북·중 무역에 이어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다. 물론 러시아는 대가를 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극동개발 참여를 확약하거나 핵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나 원유를 수입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빛바랜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옛날 북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깊은 고민 없이 예전의 관성에 따라 정책을 펴면 또 실패한다. 이 실패가 정녕 두려운 것은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면 한반도는 전쟁을 목전에 둬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제대로 제재를 해야 평화가 사는 역설의 기간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