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18개 자치구는 올해 말까지 광고·장식 조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다. 이날 조사는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조사였다.
서울시 첫 실태조사 현장 가보니
2013년 빛 공해 방지법 만들었지만
시·환경부, 서로 책임 미루며 방치
5년 유예기간에 바로 단속 어려워
한국은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
영국선 최고 7300만원 벌금 부과
이날 측정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동행취재를 허용한 자치구 관계자는 “입법 이후 자치구의 조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건 서울시의 빛 공해 민원이 지난해 처음 2000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민원은 수면 방해(1720건), 생활 불편(163건), 눈부심(111건) 등의 순이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5~2017년 서울에서 방사 기준을 초과한 광고·장식조명은 26.3%였다. 2015년부터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시에선 빛 방사 기준을 어기면 5만~1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자치구의 단속 건수는 현재까지 ‘0’이다.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이전에 설치된 조명은 5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져 2020년까지 규제하지 못한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학술 조사에서 방사 기준의 20배가 넘는 조명들이 적지 않았다. 100배를 초과한 조명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번 실태조사에 각각 2500만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또 올해 25개 전 자치구는 서울시로부터 비용 절반을 지원받아 휘도계(개당 3000만원)를 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이날 조사에 참여한 자치구 관계자는 “당장은 민원이 들어와도 바로 단속하기보다는 해당 업주를 계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에 만들어진 법이 유명무실한 이유는 서울시와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는 허점이 많은 ‘빛 공해 방지법’만 만들어 놓고 지난해부터는 예산 지원마저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잘 지켜지는지 점검하고 개선하는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고 반박했다.
“야간에 과도한 빛 노출, 암 유발할 수도”
법이 있어도 단속이 방치된 4년 사이 한국은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빛 공해 국가라는 평가(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받기도 했다. 미국·영국 등은 빛 공해를 엄격하게 단속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구역의 성격에 따라 조명 시간을 제한한다. 영국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빛에 대해 최고 5만 파운드(약 7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야간의 과도한 빛 노출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여성은 유방암, 남성은 전립선암과 같은 호르몬 관련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후 11시 이후가 되면 인공조명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해외의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