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바꾼다 … 아베의 ‘호위무사’ 스가

중앙일보

입력 2017.07.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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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관방장관 등 내각의 골격은 유지할 것인가.
“정책이 결과를 내려면 안정감이 너무나 중요하다. 골격은 바꾸지 않아야 한다.”
 
9일 순방지인 스웨덴 스톡홀름의 호텔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 기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빙빙 돌려서 애매하게 말했지만 발언의 핵심은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 이후 경질설이 돌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유임이었다. 스가 경질론이 나온 건 아베의 친구가 이사장인 대학에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이 관여했다는 특혜 의혹 때문이었다. 지난 5월 수의학과 신설이 ‘총리의 의향’이라는 문건이 폭로됐을 때 스가는 “괴문서 같은 문서”라고 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추가 조사 결과 해당 문서의 존재가 확인됐고, 스가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 그의 발언이 논란을 더 키웠고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스가 책임론’이지만 아베는 결국 ‘스가는 못 바꾼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선거 참패 책임론에도 “유임”
4년반째 보좌, 역대 최장수 장관
‘도련님’ 아베와 다른 자수성가형

관방장관은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합쳐 놓은 듯한 자리다. 총리를 보호하는 정치적 호위무사다. 스가는 아베가 재집권한 2012년 12월부터 4년 반 동안 관방장관직을 지켰다. 일본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이미 1년 전에 갈아치웠다.
 
‘정치 명문가 도련님’ 아베와 달리 스가는 완벽한 자수성가파다. 1948년생으로 아베보다 여섯 살 위인 그는 아키타(秋田)현 농촌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도쿄에 무작정 상경, 골판지 공장과 카레집에서 일하며 고학으로 호세이(法政)대를 졸업했다. 2006년 아베가 자민당 총재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그 해 발족한 아베 1차내각의 총무상에 기용됐다. 아베의 복귀 무대였던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아베가 망설이자 “져도 좋으니 한번 더 아베의 진면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고 3시간을 설득한 이도 스가였다. 2014년 아베가 기습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하도록 아이디어를 내 자민당 의원들이 “아베에게 밉보이면 언제든 배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만든 것도 스가였다.
 
1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의 정치적 위기속에 스가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스가가 과거 6개월마다 한번 씩 열었던 무계파 의원들과의 모임을 매달 열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닛케이는 “확실한 후계자가 없는 만큼 그가 아베의 조력자에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