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대통령 아버지의 발목 잡나

중앙일보

입력 2017.07.12 15:09

수정 2017.07.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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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아버지의 발목을 잡았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측 인사들이 연관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직접 제시해서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 인사들과 주고받은 e-메일 전체를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공개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e-메일 주요 내용과 함께 정리했다. 

나란히 서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 주니어. [AFP=연합뉴스]

 
사건의 배경 
트럼프 정부의 지난 6개월 간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 스캔들'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수사 중이다. 문제는 당시 트럼프 캠프의 인사들이 러시아와 연루됐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두 달 만에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국장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넣고 그것이 통하지 않자 해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중대한 법 위반(사법방해)으로 탄핵의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향후 러시아 스캔들에 트럼프 캠프가 깊숙히 연루됐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탄핵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스캔들 진행 상황
 
7월 9일 
뉴욕타임스: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 측 변호사인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를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대선 경쟁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입힐 정보를 주겠다고 해 성사된 모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거론된 건 이 보도가 처음이다.
 
트럼프 주니어: “베셀니츠카야는 일부 러시아 측 인사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클린턴에게 자금을 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너무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무의미한 정보였다”고 트위터에서 반박했다.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폴 매너포트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 회동에 함께 했다는 것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에게 대선을 뒤흔들 정보를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관련기사
 
7월 11일
트럼프 주니어: 트위터에서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 회동을 주선한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대리인(로브 골드스톤)과 나눈 e-메일 공개. 
 
트럼프 주니어의 러시아 스캔들 등장 인물 

[그래픽=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 트럼프 대통령의 맏아들. 트럼프그룹 부사장.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 러시아 변호사. 트럼프 주니어와 직접 만난 인물. 
아라스 아갈라로프: 트럼프가와 친밀한 모스크바 부동산 개발업체 경영자. 트럼프가 주최한 미스 유니버스대회 후원.
에민 아갈라로프: 러시아 팝스타. 아라스 아갈라로프의 아들. 
로브 골드스콘: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 담당자. 타블로이드 신문 기자 출신. 에민을 대신해 트럼프 주니어와 e-메일 주고받음.

새 국면 맞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e-메일과 논란의 핵심은

 
트럼프 주니어와 로브 골드스톤이 주고받은 e-메일 주요 내용
 
from 로브 골드스톤 (2016년 6월 3일 오전 10시 36분)
 

에민이 방금 전화해서 아주 흥미로운 뭔가가 있다면서 너한테 연락해보랬어. 러시아의 고위 검찰이 에민의 아버지 아라스를 오늘 아침에 만났는데 공식 문서와 정보를 트럼프 캠프에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했대. 힐러리와 힐러리의 러시아와의 거래를 덮어씌울 만한(would incriminate Hillary and her dealings with Russia)데다 너희 아버지에게 매우 유용할 거야(and would be very useful to your father). 이건 명백히 매우 높은 단계의 민감한 정보지만, 아라스와 에민의 도움이자, 트럼프 후보에 대한 러시아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의 일부(part of Russia and its government's support for Mr. Trump)야. 이 정보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에민한테 곧장 얘기해줄래? 이 정보는 로나(Rhona)를 통해서 너희 아버지에게도 보낼 수 있지만,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너한테 먼저 보낸다.

 
*로나: 로나 그래프. 트럼프의 오랜 비서로 트럼프 타워의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린다. 
 
 
from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2016년 6월 3일 오전 10시 53분)


로브 고마워. 내가 지금 이동 중인데 아마도 에민에게 먼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하는 말이라면 나야 좋지(if it's what you say I love it), 우리한테 시간이 좀 있으니 특히 이번 늦여름쯤이면 (어떨까). 다음 주에 내가 돌아왔을 때 일단 통화부터 할 수 있을까?

 
 
from 로브 골드스톤 (2016년 6월 6일 오후 12시 40분)
 
안녕 돈(Don). 네가 이번 주 초에 언급했던 '힐러리 정보'에 대해 에민이랑 언제 통화할 수 있는지 알려줄래? 너랑 너희 가족에게 좋은 날짜와 시간을 잡기 위해서 말야.
 
 
백악관 및 트럼프 주변 인물 반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내 아들은 양질의 인간이고, 나는 그의 투명성에 박수를 보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 "대선 캠프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특히 그(트럼프 주니어)가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에릭 트럼프(도널드 트럼프의 둘째 아들) : "이것은 그들이 우리 가족을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분명한 이유다! 그들은 우리가 매우 가깝고 항상 서로를 지지할 거라는 걸 견디지 못한다." 
 
미국 언론 등의 반응
줄리안 어산지(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발행인) : 오늘 아침에 트럼프 주니어에게 e-메일을 (우리를 통해) 공개하라고 접촉했는데, 직접 했네. 
 
워싱턴포스트: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나타난 다른 어떤 폭로와도 차원이 다른 폭발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와 가족이 적어도 외국의 적들과 비즈니스를 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뉴욕타임스: 대통령과 그 가족 등이 1년 넘게 반복적으로 부인한 내용이 확인됐다. 
 
빌 오라일리(성추문으로 해임된 전 폭스뉴스 진행자. 친 트럼프): "트럼프 주니어가 현명하게도 e-메일을 공개했다. 타블로이드 가이(로브 골드스콘)가 힐러리의 추문을 약속한 러시아 변호사와의 만남을 중재했다. 그(변호사)는 (어떤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 그게 전부다." 
 
NBC 크리스틴 웰커(전직 힐러리 클린턴 참모) : "우리가 항상 의심했던 일의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버전"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