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가 전반기(11일 현재)에 기록한 타율이다. 전체 타격 13위, 팀에선 타격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3.00이다. 이정후가 팀에 3승을 챙겨줬다는 뜻이다. 이 기록은 전체 14위. 팀에선 2위에 해당한다. 지난 2월 휘문고를 갓 졸업한 프로 신인이 4개월 만에 거둔 성과라면 믿을 수 있을까.
이정후는 지난해 6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 시즌에 주전을 꿰차며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의 명성으로 주목 받았지만, '이종범 아들'보다 '이정후'로 불리고 싶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결실은 올 시즌 내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고졸 신인 규정타석(446타석) 3할 타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이정후는 만 19세다. 만 19세로 규정타석 타율 3할을 넘긴 건 단 한 명, 구천서(OB)다. 구천서는 프로 원년인 1982년 타율 0.308을 남겼다. 하지만 구천서는 신일고 졸업 뒤 1981년 실업야구 상업은행에서 뛴 '중고신인'이었다. 이정후가 올해 타율 3할을 넘기면 첫 사례가 된다.
신인 3할은 대졸 선수로 범위를 확장해도 12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1998년 강동우(삼성)가 0.300으로 달성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이종범도 데뷔 시즌인 1993년 해태에서 타율 0.280을 남겼다.
이정후는 이종범을 닮아 타격재능을 타고났다. 신인 타자가 가장 힘들어 한다는 변화구도 곧잘 쳐내고 있다. 그가 롤모델로 꼽는 선수는 '일본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 말린스)다. 이정후도 이치로처럼 정교한 타격 기술을 가진 교타자다.
이정후는 "이치로의 동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그의 타격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이치로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정후도 프로 첫 해 이 정도 활약을 자신했을까.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5세까지 확고한 주전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더 빨리 이뤄졌다. 그러나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신인이라 상대가 봐준 것도 있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에 이정후가 주력하는 건 출루율이다. 그는 "한 번이라도 더 나가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위타선에 자주 배치되는만큼 출루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정후의 출루율은 0.395이다.
이종범의 바람은 한 가지였다. "이정후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 이종범의 바람은 벌써 이뤄진 것 같다. 이제 이정후에게 아버지 이종범의 후광은 없어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