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 옆자리의 동메달리스트 보프 더 용(41·네덜란드)이 이승훈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은메달을 딴 이반 스콥레프(러시아)와 함께 이승훈의 다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네덜란드 팀 동료가 실격했지만, 더 용은 개의치 않고 이승훈을 축하해줬다. 그제야 이승훈도 환하게 웃었다.
한국 대표팀 코치 맡은 보프 더 용
2010년 ‘이승훈 무동’ 국내 팬 많아
젓가락질 잘하고 한국어 공부 열심
연맹 제안에 아시아 낯설어 고민
히딩크 “나처럼 … ”전화에 수락
한국 선수 강점인 하체 집중 훈련
평창서 금메달 최소 3개는 딸 것
더 용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금메달 1개(2006년), 은메달 1개(1998년), 동메달 2개(2010, 14년)를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만 7개(1만m 5개, 5000m 2개)를 딴 ‘빙속 장거리의 전설’이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에서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 지도자로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까지 캐나다·영국에서 선수를 겸한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다.
더 용 코치는 빨리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 얼굴과 이름이 계속 헷갈려서 휴대폰에 사진을 저장해놓고 외운다.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깔아 틈틈이 공부도 한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는 광화문·경복궁 등 한국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에 찾아간다”고 소개했다. 그의 휴대폰 배경화면은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이었다.
한국음식에는 적응했다. 더 용 코치는 “한국에서는 나를 ‘밥데용’이라고 부르던데, 한국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밥’이 영어로 ‘라이스(rice)’라고 하더라. 실제로 밥을 참 좋아한다”며 웃었다. 미리 준비해간 쌀밥을 선물했더니 바로 열어 맛을 보고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젓가락질도 능숙했다.
더 용 코치가 가장 인상깊게 본 선수는 모태범(28·대한항공)이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금메달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모태범은 이후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 용 코치는 “모태범의 다부진 몸을 보며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평창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더 용 코치는 평창올림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휴대폰 뒷번호도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2018’이다. 그는 “평창에서 적어도 금메달 3개는 따겠다. 이승훈·이상화(28·스포츠토토)·김보름(24·강원도청) 등 금메달 후보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선수와 네덜란드선수가 겨룬다면 그는 누굴 응원할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한국이다. 내 심장은 네덜란드에서 왔지만, 평창에서 입을 유니폼에 태극마크가 있으니 나는 한국 대표팀 것”이라고 대답했다.
보프 더 용(Bob de Jong) 코치는 …
국적 : 네덜란드
출생 : 1976년 11월 13일(만 41세)
종목 :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1만m
수상 : 1998 나가노 올림픽 1만m 은
2006 토리노 올림픽 1만m 금
2010 밴쿠버 올림픽 1만m 동
2014 소치 올림픽 1만m 동
취미 : 사이클
별명 : 밥데용 또는 박대영
(팬들이 이름을 한국식 발음으로 부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