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말로만 듣던 빅데이터 사업이란 게 이런 거란 걸 최근 자주 느낀다”며 “기업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읽는 것 같아 찜찜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무심코 검색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치기반서비스를 활용하며 흘린 정보는 누구의 것일까. 약관을 통해 동의를 받고 정보를 수집한 기업의 것일까, 아니면 정보를 생성한 김씨의 것일까. 세계가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빅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로 불릴 만큼 주요 자원으로 급부상하면서 빅데이터의 소유권 관련 논란이 뒤늦게 불붙고 있다. 최근엔 “우리 국민의 데이터는 우리나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국가까지 등장하는 판이어서 소유권 논란은 한동안 거세질 전망이다.
포털·SNS서 수집된 개인 정보
마케팅 ‘주요 자원’으로 급부상
중국 ‘빅데이터 주권’ 법으로 규정
구글 등 정보 독점 우려도 불거져
“지나친 규제 땐 기업 혁신 막아”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인터넷서비스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는 형식만 계약일 뿐 내용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전형적인 ‘부합(附合) 계약’”이라며 “약관을 다 읽어 보는 소비자도 거의 없고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미의 동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개인과 기업의 빅데이터 소유권 다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 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중국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해야 하고 해외에 데이터를 보내려면 미리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골적으로 자국 인터넷 산업을 보호하는 중국으로선 빅데이터라는 산업 자산을 해외 기업에 넘기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이를 흉내 낼 순 없겠지만 빅데이터의 소유권이 국가적 담론으로 부상한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자산이자 자원인 빅데이터를 특정 기업이 독점해도 되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구글·페이스북의 빅데이터 독점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데이터 수집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서비스 개발이나 혁신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빅데이터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만큼 소유권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균형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