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새 정부의 정책방향’ 중 핵심은 대북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쾨르벨 재단 초청 연설에서 이산가족 상봉,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 대화 재개 등을 제안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전 세계를 향해 제재와 압박 일변도였던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다고 선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주요국과의 정상회담마다 ‘북한 문제에서 한국이 운전석에 앉는다’는 내용의 ‘한반도 주도권’을 강조했다.
북핵 3대3 구도, 5대1 전환 숙제
한·미 긴밀 소통으로 중국 설득을
새 정부 대북정책 지지 확보는 성과
반면 중·러는 북한 핵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병행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8일 미·러 정상회담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현 상태에서 동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에도 해봤지만 그때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일단 중·러보다는 한·미·일 협력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3국 정상은 6일 G20 회의 개최지인 함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공동만찬 회동을 열었고, 북핵 대응 의지를 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바퀴 두 개(미·일)만으로는 운전을 하기 어렵다. 미·중·일·러라는 바퀴 네 개가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G20 공동선언에 북핵 문제를 담으려던 한·미·일의 시도가 중·러의 반대로 좌절되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이 성에 찰 만큼 강경하지 않더라도 대북 정책에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기본 구조는 3(한·미·일) 대 3(북·중·러)이 아니라 5(한·미·일+중·러) 대 1(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을 움직이는 것이 문 대통령의 핵심 과제다. 미국과 일본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기업, 개인도 제재) 도입을 검토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기류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 중 “북한과는 혈맹 관계를 맺었고, 이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노력이 충분하다는 투로 말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이 압박만 강조하는 미·일에 편승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중국을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첫 한·중, 한·일 정상회담에선 양자 간 갈등 현안도 다시 부각됐다.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문제를 두고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평행선을 유지했다. 향후 정교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