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도로에서 시속 50㎞로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더 주행한 뒤 멈춰섰다. 브레이크를 밟은 지점부터 자동차가 완전히 선 지점까지인 제동거리는 9.9m로 측정됐다. 이후 도로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면서 비가 오는 상태와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측정한 결과 제동거리는 18.1m로 1.8배 증가했다. 버스를 대상으로 동일한 실험을 한 결과 버스의 제동거리는 마른 도로에서 17.3m, 젖은 도로에서 28.9m로 젖은 도로에서 1.7배 증가했다. 또한 젖은 도로에서 화물차의 제동거리는 1.6배 늘어났다. 박승호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비가 올 때는 사실상 차가 물위에 떠서 다니는 수막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타이어가 도로에 제대로 접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비가 오면 교통사고의 피해도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제동거리 실험
차가 물 위에 뜨는 수막현상 생겨
7~8월 빗길사고 월 2320건 발생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은 “비가 오면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빗길에서는 평상시보다 20~50% 속도를 줄여 운전하고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름휴가 등 장시간 운전을 할 때는 출발 전에 타이어 마모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하고, 수막현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타이어 공기압을 평상시보다 10% 높이는 것도 여름철 안전 운전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