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립니까?” 시진핑 발언 중 멈춰 버린 文 대통령 통역기

중앙일보

입력 2017.07.07 06:1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북한의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등으로 한·중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이뤄진 첫 정상회담이었다.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예정된 40분을 35분 넘겨 75분간 진행됐다. 회담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통상적인 순차 통역이었다면 2시간 이상 회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먼저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은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며 “특히 자서전에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을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책에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란 앞 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 역사의 유장한 물줄기, 그것은 순리다”고 적은 걸 가리켜서다. ‘장강의 뒷물결’이란 문 대통령 자신을 가리킨다고 문 대통령의 한 참모는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회담장에선 문 대통령의 통역기가 작동하지 않아 시 주석은 발언을 멈추고 “잘 들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앞부분 들으셨나요? 소리가 있나요?”라고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문 대통령은 “앞부분을 제가 좀 못 들었다”고 말했고, 옆자리에 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통역기를 살펴본 후 통역기는 정상 작동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잘 들리는지 확인을 한 후  “다시 한번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을 배려한 듯 평소와 달리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에 이어 모두발언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한·중 관계를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우리 측에선 문 대통령 오른쪽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으론 강경화 장관이 앉았다. 이 밖에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선 시 주석의 왼쪽에 왕후닝(王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오른쪽에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배석했다.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일과 8일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함부르크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