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스스로 이후 쾨르버 재단에서 “(시 주석과) 서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외의 문제는 시진핑 주석과 저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환경평가로 시간 확보
북핵 해법 찾으면 사드도 해결”
공식발표문에는 ‘사드’ 단어 빠져
북한 추가도발 방지 합의했지만
중국 발표문 ‘북 ICBM’ 언급없어
문 대통령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된 내용도 에둘러 표현했다. “각종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각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더욱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과 지원을 요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한령, 한국 여행 금지령 등을 ‘위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국은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중·한 관계 개선 발전을 위해 장애를 제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측 발표문은 전했다. ‘중국민의 우려’는 중국 측이 사드 보복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개입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 반응”이라고 설명할 때 주로 쓰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의 우회적 보복 철회 요청에 시 주석도 딱 잘라 거절하지는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향후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시 주석에게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회담 시작부터 서로가 굉장히 조심하고, 우호관계를 다시 회복하려는 모습들이 보였다”며 “향후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에서 조금 더 입장 차이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최근 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나, 문 대통령은 시 주석 앞에서 이를 반복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로 확보된 시간 동안 북핵 해법을 찾으면 사드 문제도 해결된다. 중국이 더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에서 썼던 ‘주권 사항’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으로 시간을 확보하게 되면 그 기간 중 북핵 문제 동결이라는 해법을 찾아낸다면 결과적으로 사드 문제는 해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고민 끝에 나온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드를 철수할 수 있는 지름길은 북핵 해결’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환경영향평가는 언급하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서는 양국 간 공동의 인식이 강조됐다. 박수현 대변인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응해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전 단계에 걸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내용을 공개했는데 한국 측 발표와 유사하다. 하지만 제재나 압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내용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중국 측 발표문에는 한·중 수교 25주년의 의미도 상당히 부각시켰다. 중국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지만, 단기적으로 쟁점화하지 않고 우려를 전달하며 한국의 대미 경사의 속도와 폭을 막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